<조선 궁중화·민화 걸작 - 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 전시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정조 때 즈음 그려진 초창기 <책가도>병풍과 <책거리>병풍을 필두로 궁중화원 이형록이 그린 <책가도>병풍과 <백수백복도>, <자수책거리>, <제주도문자도>, <궁중문자도>가 공개된다.
또, 그동안 책거리의 걸작으로 알려진 장한종이 그린 <책가도>, 책만 가득한 <책가도>, 호피 속에 책거리가 그려진 <호피장막도> 등도 공개된다.
<문자도文字圖>는 한자문화권漢字文化圈인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수壽> <복福>과 같이 한자漢字와 사물을 합하여 그린 문자그림이다.
<책거리冊巨里> 또는 <책가도冊架圖>는 서가書架없이 책과 도자기 청동기 문방구 화병 등이 함께 그려진 그림을 총칭한다.
책거리는 목적에 따라 크게 궁중에서 의례와 장식으로 쓰인 책거리와 일반 가정에서 장식을 위해 쓰인 민화 책거리로 나뉜다.
책거리에 놓인 기물들은 모두 도자기, 문방구, 안경, 화병, 가구, 과일 등 당시 유럽과 청나라의 가장 진귀한 기물들이다. 여기에는 경화세족과 같은 조선 부자지식인들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 더 적극적으로는 이들과 교통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려져 있다. 정조의 책가도 정치나 양반 민간의 책거리 열풍도 문자도와 같은 교화와 욕망의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미 100여 년 전인 1898년,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르 바라'가 경상도 밀양에서 <문자도>병풍을 구하고 다음과 같이 평문을 섰다.
"길에서 산 작은 병풍이 내 가구목록에 하나 더 포함되었다…가만히 보니 그 각각의 의미가 표방하는 윤리적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단지 예술적인 관점으로 보아 그 병풍은 조선 예술의 근본에 관해 무척 소중한 정보로서 가치가 가득했다…그림의 경우는 그 섬세한 뉘앙스만 빼면 전체적인 선線에서 전통적으로 엄격하게 규정된 일종의 양식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꽃이나 상징적 동물 형상에서는 페르시아와 인도 예술에서 유입되었을 기하학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요컨대 하나의 작은 병풍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제반 요소들이 조선인의 국가적 예술 전반에 걸쳐 그 기저를 이루는 자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촛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운 채, 언젠가 나에게 조선인 같은 야만인들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누군가의 어리석은 생각을 한껏 비웃으며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사를르 바라가 본대로 '문자도'는 미의 질서가 이렇게 궁극에서 내재되고 표출된 결정체다. 이미 동서를 떠나 조형미학의 근저와 보편을 '문자그림'이라는 독자적인 시각언어로 창출된 것이다.
"조선민화는 현대미학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미의 세계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림같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미지의 미의 세계가 있다. 이 그림이 세계에 알려지는 날이 오면 세상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고 한 사람은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다. 이와 같이 문자도와 책거리 같은 민화를 그냥 남들이 말 한대로 '불가사의의 미'나 하늘에서 떨어진 '미지의 미'로 얼버무려 왔다. 우리 미술사에서 민화의 제외 내지는 낙오는 전통 서화가 식민지 서구화 과정에서 분리되면서 화畵는 서구 미술에 편입되었지만 서書는 아예 제외된 경우와 같은 맥락이다.
서울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2016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미국 순회전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뉴욕 스토니부룩대학교 찰스왕센터, 내년 3월부터 5월까지는 캔자스대학교 스펜서박물관, 7월부터 9월까지는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 기간: 6.11-8.28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전관
전시 내용: 18세기 ~ 20세기 전반기의 조선 문자도, 책거리 걸작 58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