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의장직 양보는 이날 오전 현역 최다선(8선)이자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국회 행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데 따른 것이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은 크게 미래를 보면서 야당이 국회의장을 달라고 하면 줘버려야 한다"면서 "국민의당 등에서 투표하자고 한다. 투표할 것이면 투표하라. 그런데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 국회의장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청원 (전) 대표가 역시 물꼬를 터주셨다"고 말해 서 의원의 불출마가 이번 양보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에도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정황을 확인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은 저희 당 서청원 8선 의원의 용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청원 의원님의 용단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존경과 감사의 마음 갖는다. 그야말로 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재차 사의를 표했다.
이로써 여야간 팽팽히 맞서던 원 구성 협상은 다행히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소야대 상황과 상관없이 국회의장은 여당 몫이라고 주장해왔다.
처음에는 의장직을 넘기려 하지 않았느냐는 야당 주장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당직자도 의장직을 더민주에 준다고 단 한 차례도 밝힌 적 없다"(7일 비대위)고 반박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기존 입장이 허언이 아니라면, 서 의원의 불출마 사실 하나만으로 당의 결정이 좌우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새누리당의 국회의장 후보군에는 서 의원 외에 정갑윤(5선) 의원 등이 엄연히 포진해있는 상태다.
정 의원은 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한 결정과 관련, 아무런 사전 언질도 받지 못했다며 매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다른 후보군의 의향은 묻지 않고 의장직 양보 결정을 내린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협상시한이 이미 지난 마당에 그리 빨리 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절차를 좀 밟아서 처리해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서 의원의 불출마 결정이 청와대와의 교감 하에 이뤄졌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이날 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은 현기환 정무수석을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 교체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 추가 개편을 단행했다.
의장직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새누리당이 갑자기 태도를 표변한 것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떠나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개원협상을 보는 야당 측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