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아픔과 기억, 그리고 성장…그렇게 거장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데뷔작 '환상의 빛' 국내 첫 극장 개봉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으로 거장 반열에 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이 다음달 7일 극장에 걸린다.

영화 '환상의 빛'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학창 시절 행방불명 된 할머니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유미코(에스미 마키코)는 동네에서 함께 자란 이쿠오(아사노 타다노부)와 결혼한 뒤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며 소소한 행복 속에 살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들이닥친 이쿠오의 자살은 평화롭던 유미코의 일상을 산산조각 낸다.

갓난아기와 함께 남겨진 유미코는 몇 번의 사계절을 흘려 보내고 재혼도 하지만, 문득 일상을 파고드는 이쿠오의 기억을 떨칠 수 없다.

미야모토 테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 '환상의 빛'은 불현듯 남겨진 자리에 스며드는 상실의 아픔과 먹먹한 정서를 오롯이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그간 몇 차례의 특별전으로만 국내에 소개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20년 만에 극장에서 처음으로 개봉하는 것이다.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연출 데뷔작인 '환상의 빛'을 밑바탕에 두고 가족, 상실, 남겨진 사람, 그리고 위로라는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극중 아픔을 담담히 그리는 관조적 시선, 서서히 변화하는 계절과 자연 풍광을 담아낸 영상미도 눈길을 끈다.

이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촬영상), 아시아 신인감독의 등용문인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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