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에 막힌 원구성…청와대 개입 논란 가열

여야가 20대 국회 원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7일 국회 의장실이 주인을 찾지 못한채 텅 비어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의장 문제로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청와대 개입'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는데 야당이 주지 않는다. 다 접어야 한다.


무려 8선으로 20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지난 4월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한 사실상의 '국회의장 도전 포기' 선언이다.

이처럼 여당 참패로 끝난 4·13 총선 직후 국회의장은 1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 몫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원구성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은 1당이 아니라 여당이 맡는 게 관례"라며 태도를 바꿨다.

새누리당이 뒤늦게 국회의장직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데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게 야권의 시각이다.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넘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5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들이 각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새누리당의 태도 돌변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원구성 협상은 국회의장 문제에 가로막혀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총선에 패배한 집권당이 어떻게 이런 식의 협상 태도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전날인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우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과 상임위원장 배분은 철저하게 여야의 자율적 타협과 대화로 결정돼야 한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여당 출신인 정의화 전 의장과도 갈등이 깊었던 청와대의 야당 국회의장 거부감이 여당 태도 변화 이유라는 게 청와대 개입 의혹의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뭐든지 청와대를 물고 들어가야 선명하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낡은 행태가 도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더민주를 비난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 "여당의 어떤 책임 있는 당직자도 의장직을 더민주에 준다고 단 한 차례도 밝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직을 더민주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는 까닭은 물론 국회의장이 갖는 막강한 권한이 가장 큰 이유다.

5월 30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새누리당 김도읍, 국민의당 김관영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사실상 막고 있지만, 국회의장 손에는 지금도 여야 쟁점 법안 처리의 마지막 열쇠가 쥐어져 있다. 국회법 제76조에 규정된 '의사일정 작성' 권한이 바로 그것이다.

특정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부의가 요청돼도 의장이 해당 법안을 본회의 당일 의사일정에 넣어야 표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의사일정 작성권을 가진 국회의장의 변함없는 권위를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대통령 거부권까지 부른 일명 '상시청문회법' 본회의 처리다.

상시청문회법은 이미 지난해 7월 15일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부의가 요청됐다.

그러나 그 이후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은 애초 본회의 의사일정에 들어 있던 상시청문회법을 목록에서 제외했다.

그로부터 10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19일 정의화 의장은 여전한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의사일정에 상시청문회법을 포함시켰고, 법안은 가결됐다.

청와대 개입 논란까지 부른 국회의장 자리싸움 속에 20대 국회도 결국 의장단 선출 법정시한인 7일을 넘기면서 '위법 국회' 오명을 벗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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