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N2016프랑스'에서 통역자로 일했다는 김 모 씨는 6일 오전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오는데 나는 왜 예뻐야 하나"라며 "행사에서 필요한 여러 자리(한복 모델, 행사 도우미, 통역 담당 등) 대부분이 공부하는 학생들로 채워졌다. 사전에 받은 자료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용모 단정, 예쁜 분'이라는 문구가 보였다"는 글을 게재했다.
실제 김 씨가 게재한 자료에는 항목마다 '용모 중요'가 적혀 있다. 붉은 글씨로 '용모 중요>언어가 되는 분>예쁜 분'이라고 강조 표기된 부분도 있다.
김 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통역 등은 외모 문제가 아니라 언어가 1순위다. 프랑스에 살면서 이렇게 채용 기준에 '예쁜 분'이라는 천박하고 성차별적인 단어를 노골적으로 명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차별로, 고소 당하기 딱 좋은, 굉장히 남성중심적이고 구시대적인 표현"이라며 "여전히 여성은 능력이 아닌 외모를 요구받는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이번 행사에서 '예쁘고 용모 단정'이 필수적이었던 일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들에 대해 "아기들이더라. 미성숙해보였고, 옷 자체도 교복이었다"며 "끊임없이 애교·미소를 강요당하는 모습과 뒷 배경에 적힌 캠페인 문구가 모순적이었다. 성상품화가 왜 유독 아동성애의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전시장 안의 30~50대 정장 입은 성인 남성들이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교복 입은 어린 여성들에게 열광하는 걸 몇몇 프레스로 들어온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봤다"며 현장 이야기도 전했다.
김 씨의 눈에 비친 당시 'KCON2016' 현장은 모순덩어리였다. 그는 "대통령 수행 인원, 경제계 인사들, 기타 고위층으로 구성된 무리에서 여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젠더에 따른 계급차가 그렇게 피부로 와닿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아직도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권력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배제당하는데 무슨 역차별을 운운하고 여성 할당제가 불공정하다는 *소리를 하는가. 도술을 가지고 '헬조선'을 개혁 못해 율도국을 세워 떠난 홍길동의 심정이 이것이었을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해당 글은 7일 오전 현재까지 2만 건의 공감, 4765회 공유, 970개 댓글을 기록했다. 글을 본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헬조선' 안에서는 결혼 적령기가 된 여성이 취업에 엄청난 페널티를 받는다", "홍길동의 심정이라. 정말 공감한다", "이러 나라 문화를 만들어 미안하다"라는 등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