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정부가 지도 반출의 조건으로 내건 안보시설의 삭제를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한국 지도의 반출은 이번에도 허용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은 한국 지도 원본을 이용해 3차원 지도ㆍ실시간 교통정보ㆍ차량 내비게이션 등 구글맵의 기능을 보완해 서비스할 방침이다. 이는 애플 등 한국 지도 자료에 큰 관심을 보이는 다른 외국 기업들에도 중요 선례가 될 전망이다.
4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글은 이달 초 '한국 지도 데이터를 미국 등 국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했다.
2010년 반출 허가에 실패한 후 2014년 12월 우리 정부가 지도 국외 반출을 심사하는 협의체 규정을 도입하는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자 재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법규에 따르면 지도 반출 신청이 들어오면 국토정보지리원은 미래창조과학부ㆍ국방부ㆍ국가정보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60일 이내에 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신청의 결과가 늦어도 다음 달 말에는 나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반출 심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위성사진 등 지도 데이터에서 중요 안보시설을 지울 것을 반출 조건으로 내거는 반면, 구글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IT(정보기술) 업체가 지도정보를 국외에 가져가는 것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규제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이 지도 국외 반출이 자유로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한국 지도와 관련해서는 자료가 부족해 지도열람과 대중교통 길 찾기 등 구글맵의 기초 기능만 제공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은 2008년부터 한ㆍ미 통상회의 등을 통해 한국의 지도 반출 규제를 '외국 IT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며 계속 자료 개방을 촉구했지만, 정부에 정식 반출 신청을 낸 것은 2010년 한차례뿐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보시설 삭제와 관련해서는 구글과 우리 정부 사이에 아직 뚜렷한 합의점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토정보지리원 주도 협의체는 2014년 말 도입 이후 학술ㆍ연구 목적으로 들어온 지도의 국외 반출 신청을 수차례 허가했지만, 구글맵처럼 영리 목적의 신청을 통과시킨 적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