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집안 두산' 또 전화위복이 된 '에이스 돌발 악재'

'오늘은 내가 니퍼트' 지난달 31일 롯데에서 이적해온 두산 고원준이 3일 SK와 홈 경기에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대신해 선발 등판, 역투를 선보이는 모습.(잠실=두산)
올해 두산은 그야말로 되는 집이다. 별 기대가 없었던 외국 선수가 맹활약을 펼쳐주는가 하면 만년 유망주들이 올해 잠재력이 대폭발하며 전력이 극대화했다.

이런 가운데 행운의 여신도 두산 편이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되레 이기는 승운이 따랐다. 이 정도면 니퍼트에게 '사고'(?)가 생기길 은근히 바랄 만하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선발 투수를 교체했다. 등판 예정이던 다승 1위(8승)의 니퍼트가 등 근육에 담 증세를 보인 것.

대신 나선 투수는 지난달 31일 노경은과 트레이드돼 롯데에서 온 우완 고원준. 당초 두산은 고원준을 이르면 오는 5일 SK전에 투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니퍼트의 등에 탈이 나면서 두산 데뷔전을 앞당기게 됐다.

돌발 변수였지만 두산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고원준은 올 시즌 롯데에서 4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ERA) 5.59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5이닝 4탈삼진 3피안타 3사사구 1실점 쾌투를 펼쳤다.

똑같이 5이닝을 던진 SK 선발 윤희상과 맞대결에서 우위를 보였다. 윤희상은 2탈삼진 6피안타 4사사구 3실점했다. 2회 닉 에반스에게 선제 결승 홈런을 내주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결국 두산은 4-1로 이겨 유일한 승률 7할대를 유지하며 2위 NC에 5.5경기 차 1위를 질주했다. 니퍼트의 대체 선발인 고원준은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승을 따내며 두산 생활을 기분좋게 시작했다.

'니퍼트 고마워요' 지난달 19일 더스틴 니퍼트가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나오지 못한 가운데 KIA와 홈 경기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두산 홍영현.(자료사진=두산)
니퍼트의 유고 속에 두산이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KIA와 홈 경기에도 두산은 경기 전 갑작스러운 변수로 선발 투수 니퍼트를 교체해야 했다.

당시는 교통 사고 때문이었다. 승용차로 잠실구장으로 오던 니퍼트가 교통 사고를 당한 것.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선수 보호 차원에서 등판이 연기됐다. 대신 좌완 진야곱이 나섰다. 올 시즌 진야곱의 첫 선발 등판.

진야곱은 이날 썩 좋지 않았다. 3이닝 동안 4탈삼진 6피안타 3실점하며 조기강판했다. 부랴부랴 준비한 등판임을 감안하면 나름 역할은 해줬다. 그러면서 패전도 면했다. 야수들과 불펜이 힘을 내준 덕분이다.

두산 타선은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4회만 5점을 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5회는 에반스가 2점 홈런으로 양현종을 끌어내렸다. 두산 불펜은 이날 데뷔 첫 승을 거둔 홍영현(2이닝)에 이어 이현호, 윤명준, 오현택, 강동연이 1이닝씩을 책임지며 리드를 지켜냈다.

경기 전 갑작스러운 에이스의 등판 취소는 분명 팀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러나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투타에서 안정된 두산은 이런 명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팀이다. 두산은 에이스가 갑자기 빠진다고 흔들리는 팀이 아니다. 올 시즌 두산은 그런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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