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 재원 추가 소요는 전체의 10~15%에 불과
- 누구나 소득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일자리 선택하고 유용한 활동 하게 하자는 취지
- 노동의욕 저하, 이민자 폭증 등 우려하는 목소리 있어
- 오히려 사회당 계열에선 저소득층 복지 축소와 임금삭감을 우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6월 3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상헌 박사(ILO 사무차장 정책특보)
◇ 정관용> “모든 국민에게 한 달 300만원씩을 기본소득으로 줍시다”. 스위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 안건을 놓고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여러분 소식 들으셨죠?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요? 또 이 제도는 진짜 어떤 것일까요?
스위스 제네바의 ILO 국제노동기구의 사무차장 정책특보로 근무하고 계신 노동경제학자 이상헌 박사를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듣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이상헌>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스위스 사신 지 몇 년 되셨어요?
◆ 이상헌> 16년 됐습니다.
◇ 정관용> 16년?
◆ 이상헌> 네.
◇ 정관용> 우선 제도 소개 다시 좀 자세하게 해 주세요. 모든 국민한테 그냥 무조건 300만원 줍니까?
◆ 이상헌> 그렇죠. 이게 보편적 기본소득이라고 그러니까요. 어떤 상황에 있든지 어떤 일자리를 가지고 있든지 나이하고 전혀 상관없이 모든 성인들에게 똑같은 기본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거고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부모하고 같이 살게 되니까 생활비도 좀 덜 들고 하니까 4분의 1 수준 정도로 모든 사람에게 다 준다는 그런 취지의 제도입니다.
◇ 정관용> 아이들한테는 4분의 1이면 한 80만원 가까이?
◆ 이상헌> 네. 그 정도 됩니다.
◇ 정관용> 성인이고 지금 직장이 있고 월급을 받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 이상헌> 그런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이 제도의 특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금 이 상황에도 여러 가지 사회복지제도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이 받는 여러 가지 혜택들이 많거든요. 아동수당이라고 할지 유형, 무형의 여러 가지 지원을 많이 받는데 그런 것을 다 없애고 효율적으로 정액을 정한 다음에 그 액수를 모든 사람한테 지원한다는 것이죠.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일을 하고 있고 지금 내가 월급을 500만원쯤 받아요. 그럼 추가로 300만원을 더 줘요?
◆ 이상헌> 네, 그렇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국내에 보도된 바로는 월 소득이 300만원이 안 되는 사람만 준다고 되어 있는데 그게 아닌가요?
◆ 이상헌> 네. 그게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요. 핀란드에는 기본소득도 있거든요. 그런데 핀란드에서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이라는 것은 이게 조건부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내가 일을 하는데 일을 해서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으면 그것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 제 기억으로는 한 800유로 정도를 지원해 주는 거거든요.
이런 건 그 사람의 소득수준이나 여러 가지 일자리의 상태나 가족 상태나 이런 걸 다 고려를 해서 소득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조건부 기본소득이고요. 스위스에서 이번에 투표로 하는 것은 보편적 기본소득입니다. 보편적이라는 말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한 달에 수천만원 받는 사람도 300만원 더 준다?
◆ 이상헌> 그렇죠.
◇ 정관용> 은퇴하신 노인들도 마찬가지입니까?
◆ 이상헌> 네. 똑같습니다.
◇ 정관용> 혹시 외국 이주자들은 어떻게 됩니까?
◆ 이상헌> 이게 약간 지금 현재 여러 가지 논의가 복잡하게 돼 있는데요. 지금 이 안건을 발의한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한 모든 외국인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게 스위스에서 여러 가지 불안한 심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되면 지금 가뜩이나 이민 문제가 좀 심각하거든요. 불법이민도 많고 막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데 만약 이 제도까지 도입이 되면 이민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겠느냐라는 주장이 많고요.
◇ 정관용> 외국에서 막 스위스로 물밀듯이 밀려올 거다, 이렇게?
◆ 이상헌> 네. 지금도 이미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것 때문에 최근에 기본소득에 대한 좀 부정적인 여론이 다소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정관용> 아무튼 제안하신 분들은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
◆ 이상헌> 네. 다 적용이 됩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국민투표까지 오게 됐는지 그 역사를 좀 짚어주세요.
◆ 이상헌> 스위스는 아주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의회에서 법안을 논의해서 법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국민제안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건 국민들이 이게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을 경우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서 의회에 등록을 하게 되면 곧바로 그것을 기초로 국민투표를 하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 제도를 이번에 활용을 해서 2년 전에 성공적으로 국민제안에 성공한 거고요.
많은 사람들이 놀라긴 했죠. 아주 빠른 시간 내에 10만명이 달성이 돼서 그렇게 된 건데요. 한 가지 여기서 오해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이건 헌법을 바꾸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법안을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헌법에 모든 국민은 기본소득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걸 명시하는 구조를 헌법에 집어넣자라고 하는 것이 이번에 투표의 안건입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300만원이나 아이들 한 80만원 정도, 이런 구체적인 수치는 거기 명기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 정관용> 아.
◆ 이상헌> 그런데 다만 이것을 주도한 사람들이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된다고 캠페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고요. 투표는 그 액수를 두고 투표하는 것은 아니고요. 모든 시민이 기본소득에 대한 권리를 가지느냐. 헌법상 보장된 권리가 있느냐를 보장하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처음 이걸 제안하고 국민서명을 주도한 측은 어느 쪽입니까?
◆ 이상헌> 이게 굉장히 재밌는데요.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굉장히 좋다는 집단에서 했을 거라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물론 그런 부분도 있고 좀 녹색당 계열 사람도 있고요. 그리고 기본소득이라는 게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있어서 그쪽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물론 있고요. 기업인들도 있습니다.
기업인들도 꽤 조직이 돼서 관여했기 때문에 이번에 최근 한 1년 사이에 아주 엄청나게 대대적인 캠페인을 했었죠. 굉장히 폭넓다고 좌우파를 아우르는 아주 다양한 조직이 포함이 돼 있고 오히려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자라고 하는 사회당 계열 사람들이 조금 더 소극적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상헌> 네.
◇ 정관용> 10만명 서명을 완료한 게 이미 2년 전이라고 그러셨죠?
◆ 이상헌>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 국민투표까지 하기가?
◆ 이상헌> 이게 여러 가지 절차가 있는데요. 일단 이것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연방정부에서 이걸 한번 검토를 하거든요. 연방정부에서 지난 2014년이니까 벌써 오래 됐죠. 여기서 검토를 해보고 반대의견을 일단 냈었어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연방의회가 있거든요. 의회에서도 이 안건을 검토를 했는데 여기서도 대부분 반대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국민투표로 부치기 전에는 국민투표가 굉장히 체계적이라서 안건을 이렇게 국가에서 투표를 올릴 때 반드시 연방정부의 견해와 연방의회의 견해를 같이 명시하게 돼 있거든요.
◇ 정관용> 아, 그 견해를 정리하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 이상헌> 그렇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번에 그러면 연방정부와 연방의회의 의견은 다 반대로 지금 첨부되어 있습니까?
◆ 이상헌>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 그럼 부결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 이상헌> 최근 한 1, 2년 사이에는 좀 여론이 어려워져서요. 지금 가장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로는 60% 이상이 반대하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찬반론을 좀 요약해서 정리해 주시죠. 먼저 이걸 제안하고 찬성하시는 분들은 기본 논지가 어떤 겁니까?
◆ 이상헌> 찬성하는 분들의 논의가 조금 최근에 바뀌긴 했는데 최초에 시작할 때는 모든 국민들이 어떠한 소득을 걱정하지도 않고 자유롭게 일자리를 선택하고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여러 가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런 취지로 시작을 했고요. 그리고 최근에 유럽에 있는 사회복지제도가 굉장히 복잡하게 조직되어 있어서 그걸 매니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상헌> 그래서 이렇게 소득실태 조사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런 걸 다 없애고 일률적으로 줘도 효율성이 있게 사람이 훨씬 나은 소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을 했는데 최근에는 로봇 문제로 해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 정관용> 인공지능로봇. 맞아요.
◆ 이상헌> 그렇죠. 특히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이런 쪽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그런 주장을 많이 받아서 기본소득을 주장을 하고요.
반대쪽은 오히려 의견이 굉장히 깔끔하게 요약이 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이걸 할 수 있는데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한데 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거고요. 두번째 많이 걱정하는 것은 이걸 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노동 의욕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거고요. 세번째는 이민문제, 아까 말씀드렸던 걱정이 있고요. 그런데 조금 좌파적인 사회당에서는 오히려 걱정하는 게 이런 것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층의 복지가 축소될 수도 있고 임금이 삭감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견해도 꽤 큽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모든 사람한테 300만원 주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좀 임금을 깎으려고 할 테니까. 그런 걱정을 하고 저소득층한테도 과연 이게 맞는 제도인지에 대한 걱정도 있고요. 전반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스위스가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특히 저소득층에는 어느 정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디자인돼 있거든요. 그래서 굳이 작동이 잘 돼 있는 제도를 없애고 기본소득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그런 의구심이 조금 최근에 커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아주 단순계산하기 쉽지 않겠습니다마는 기존에 있는 스위스의 사회보장제도로 빈곤층들이 한 300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습니까?
◆ 이상헌> 평균적으로 그보다 액수가 좀 적을 수는 있는데요. 계산해 봐야 알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 정도로는 아마 가까운 수준으로 해 줄 수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런데 어쨌든 이걸 처음 도입하자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의 핵심은 기존에 있는 모든 사회복지 다 없어도 된다. 또 그 사회복지를 현장에서 실시하느라고 이른바 복지전달체계로 공무원도 많이 필요하고 이렇지 않습니까? 그걸 다 줄일 수 있다, 이런 것도 들어 있는 거죠?
◆ 이상헌> 네, 그런 것도 들어 있고 결정적으로 이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이런 여러 가지 시스템이나 기본적인 시혜적 성격이 강하거든요. 당신이 사정이 안 좋으니까 우리가 지원을 해 주겠다는 건데.
◇ 정관용> 시혜적인.
◆ 이상헌> 네, 시혜적인 건데 이 캠페인 하는 사람들은 이건 시민의 권리로 보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이상헌> 그래서 그렇게 해서 지금 현재 전형적인 정치역학구도라고 해야 되나요? 이런 것도 바꿔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 정관용> 반대하시는 분들이 첫번째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고 한다는데 이걸 추진하자는 쪽은 돈을 얼마 정도 더 들 거라고 생각하고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까?
◆ 이상헌> 전체적으로 하면 추산하는 게 되게 복잡하긴 한데요. 여러 가지 이야기는 10%에서 15% 정도의 재원을 추가적으로 메워야 된다는 얘기는 일반적으로 나오는데요.
◇ 정관용> 재정 전체의 10에서 15%?
◆ 이상헌> 전체 필요한 재원의 한 10% 내지 15% 정도는 모자라지 않겠느냐고 보는 거고요.
◇ 정관용> 아. 그러니까 나머지 85에서 90%는 기존 사회복지예산 같은 거 다 줄이면 된다. 이런 거고.
◆ 이상헌> 네.
◇ 정관용> 그걸 도입하자는 측은 그 10에서 15%를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 이상헌> 그게 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부가가치세나 그다음에 기본적인 기업이나 이런 데 세금을 좀 올리고..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부가가치세를 좀 올릴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
◇ 정관용> 증세하면 된다?
◆ 이상헌> 네, 부가가치세는 여기가 유럽 기준으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우리 이상헌 특보께서는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 이상헌> 저는 기본적으로 투표권은 없지만요. 아이디어는 좋긴 한데 제 생각에는 캠페인 하는 쪽에서 디자인이 제도화되는 방식은 좀 여러 가지 부족한 데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투표권이 없으세요? 16년 사셨는데?
◆ 이상헌> 저는 여기 외교관으로 있으니까요.
◇ 정관용> 아, 그렇군요.
◆ 이상헌> 네. (웃음)
◇ 정관용> 그러면 이 제도가 만약 도입되면 우리 이상헌 특보는 적용대상이 됩니까, 안 됩니까?
◆ 이상헌> 저희들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이상헌> (웃음) 네.
◇ 정관용> 아무래도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부결이라고 전망을 하겠죠? 스위스 내부 언론이나 국민들의 의견도 다 그래요, 어때요?
◆ 이상헌> 대체적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고 캠페인 하는 쪽에서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 것 같고요. 그 사람들은 부결된다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논의를 출발시킨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크게 결과에 대해서는 연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뭔가의 또 변화된 형태로 계속 추진이 되겠죠. 그렇죠?
◆ 이상헌> 네. 아마 캠페인 하는 쪽에서는 그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전 세계적인 기본소득 논의에 정말 활활 불을 태운 하나의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니까요.
◆ 이상헌> 네, 그렇죠.
◇ 정관용> 저희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요. 어쨌든 국민투표까지 간 그 나라가 부럽습니다.
◆ 이상헌> (웃음)
◇ 정관용> 오늘 고맙습니다.
◆ 이상헌>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스위스 제네바 ILO 국제노동기구 사무차장 정책특보 이상헌 박사였습니다.
[CBS 시사자키 홈페이지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