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차 핵실험, 중국이 막았다

리수용 訪中, 핵실험 막기 위한 북중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

- 북한과 중국 사이에 핵실험 관련한 모종의 합의 있었던 듯
-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대폭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협의했을 가능성
- 5차례 핵실험 끝에 핵보유국 인정된 파키스탄 선례 안 만들려는 게 중국 입장
- 경제 분야의 실무 협상 등 다양한 방면의 북중 대화 이번에 이루어진 듯
- 미중 양국, 북한이라는 전략적 카드 가지고 격돌하는 모양새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6월 3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CBS 김선경 베이징 특파원

◇ 정관용>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었는데요. 북중관계 전망은 어떤지,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선경 특파원?
리수용을 베이징에 보낸 북한의 속내, 또 리수용을 맞아들인 중국의 속내는 무엇입니까?

◆ 김선경> 우선 북한으로서는 관계개선 신호를 보내면서 중국으로부터 가급적 제재완화와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입니다.

즉 북한은 당 대회를 중국에 설명하는 형식으로 중국과 대화의 물꼬를 터 국제제재를 완화시킬 수 있는 틈새를 보려는 목적이 있고, 중국으로서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베트남 방문으로 대중 압박이 강화되는 것과 관련, 북한 카드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리수용 방중은 북중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성사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중국은 북핵문제와 관계개선을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것인가요?

◆ 김선경> 그렇습니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우선 양국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 문제 등 중국이 외교적으로 다른 두개의 큰 난제에 직면하게 된 정세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데 하지만 또 역으로 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 분리해서 추구하긴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게 중국의 논리이자 주장입니다.

환구시보 어제자 사설을 보면 "북·중 양국이 정상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수호에 긍정적인 자산"이다. 또 "중국은 북한이 대외적 신호를 발신하고 소통하는 데 중요한 채널"이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한 갈등이 양국 관계를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양국은 '핵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방법을 모색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중국의 입장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정관용> 정세의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이 핵과 관련한 진전된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데 중국이 너무 쉽게 관계개선 카드를 받아들인 것 아닌가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자료사진)
◆ 김선경> 리수용의 시진핑 주석 면담까지 성사되면서 그런 우려와 지적들도 나오고 있는데. 일단 지난달 초 북한의 7차 노동당 당대회 전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7차 당대회를 전후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는데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고.

◇ 정관용> 네, 결국 실험 안 했죠.

◆ 김선경> 중국은 당시 모든 채널을 동원해 핵실험을 막았고 당분간 핵실험을 유예한다는 확고한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기도 했고,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5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중국의 집중적인 노력이 있었고 북한과 중국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고 내부 소식에 정통한 인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대폭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북한의 핵무기 실험 계획을 유보시켰다고 보도한 바도 있고. 이번 리수용의 방중은 당시 북중간 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고 중국은 이러한 흐름을 북한 핵과 관련한 진전된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 정관용> 한가지 궁금한데 그동안 진행된 여러 차례 핵실험과 달리 중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기를 쓰고 막으려 했던 이유가 있습니까?

◆ 김선경> 북한은 핵개발 초기부터 파키스탄과 지속적으로 핵 협력을 해왔는데 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기술은 파키스탄과 유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키스탄이 5번 핵실험 끝에 핵보유국 선언을 했고 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역시 핵실험을 5번 하게 되면 핵보유국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핵능력에 대한 인정을 받게 될 것으로 암암리에 인식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원든 원치 않든 간에 핵보유국 지위를 가진 것으로 국제사회가 인식하게 될 텐데 북한의 핵능력과 관계없이 중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오는 걸 절대 원치 않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 비핵화가 물 건너갔다고 한다면 중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원칙 전략 노력 등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고 사실상 중국의 대북 외교는 파산선고를 해야 할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렇고. 따라서 중국은 5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당시 북한과 중국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었고, 이번 리수용의 방중 배경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그런 상황인가요?

◆ 김선경> 그렇습니다. 이번 리수용의 방중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리수용이 이끌고 온 당대표단 규모인데 무려 40명 정도가 함께 왔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40명이나 이끌고 와서 과연 7차 당대회만 얘기했는가 하는 부분은 의문이 일 수밖에 없는데. 북한과 중국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북한과 중국간 5년에 한번 경제원조협력에 관한 협정을 갱신하는 게 관례입니다. 원조라는 용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협조협정으로 포장하기도 하는데 원조협력 협정은 주로 중국이 5개년 계획을 시작하는 해에 협정에 사인해 왔고 올해 중국의 13차 5규획이 시작됐고 협정을 갱신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죠.

여기에서 원조의 규모와 방식 등 원칙이 결정되는 것이고 과거에는 쌀 원유 코크스 등 3대 전략물자를 비롯해 아이템 위주로 협상하다가 중국이 부담스러워 하면서 현재는 총량개념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시진핑이 리수용을 실제 만난 시간이 2, 30분정도인데 그정도 만남을 위해 40명이 올 필요는 없고 당대회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과거 2013년 최룡해가 왔을 때와 같이 10명 이내로도 충분합니다.

조어대 즉 댜오위타이에 첫날 들어간 이후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오후 4시가 돼서야 시진핑 주석 면담을 위해 움직였는데. 이번에 양국 관계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방면의 대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정관용> 경제 분야의 실무적 협상도 이뤄졌을 거다, 이런 거군요. 우리나라나 미국에 중국이 사전에 이런 움직임을 통보한 것으로 관측되나요?

◆ 김선경> 일단 통보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과 중국 사이의 일련의 움직임은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리수용이 베이징을 방문하던 시기에 도쿄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모여 대북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또 시주석이 리수용을 면담한지 불과 몇시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까?

북한과 중국이 화해의 손을 잡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더 강경한 제재를 내놓았는데 이런 점에서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고 중국식 해법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봐야 할 것 같고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미국이 꺼내든 제재 카드는 초강경카드일 뿐 아니라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고 나서자 미국은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형국인데 미중 양국이 북한이라는 전략적 카드를 가지고 서로 격돌하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고. 그 사이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 정관용> 무엇보다도 우리는 남북대화를 해야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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