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이후 채 의원은 서울 동대문구 자택부터 여의도 국회까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다만 매주 화‧수‧목,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당 정책워크숍이 열리는 날에는 손수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의원이 수행비서 없이 직접 운전하는 차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드문 탓인지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 2일 국회 지하 1층에 주차를 하고는 강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와 "이곳은 의원차량을 주차하는 곳이니 지하2층으로 가야 한다"며 조언하고 나선 것이다.
채 의원은 "의원들이 보통 검은색 차를 타는데 흰색 차에서 젊은 사람이 백팩을 메고 내리니 의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의원입니다'라며 의원배지가 달린 양복 상의를 보여줬는데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채 의원은 2002년 식 흰색 소나타를 이용하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뒤 여의도에 새 피가 수혈되면서 국회의원 출근길부터 새바람이 불고 있다. 채 의원처럼 '자차 출근족'이 있는가 하면 '지하철 출근족'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에 나선 의원들이 적지 않다.
송 의원은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4년 동안 인천1호선 임학역 근처에 있는 자택부터 인천시청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했다.
송 의원 측은 "지하철로 출근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처음에는 반기기도 하고 민원도 하던 시민들이 매일 지하철에서 만나니 점점 눈인사만 하더라"며 "출근 노선(임학역~국회의사당역)이 바뀌었으니 당분간은 반기고 민원도 하시지 않겠냐"고 말했다.
'시민의 발'을 매일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함 등을 정책에 반영한 것은 송 의원이 자랑하는 성과 중 하나다. 2010년 인천지하철 29개 중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던 역은 4~5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대부분의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하청업체 소속이던 지하철 청소근로자와 안전점검업무근로자들도 인천지하철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송 의원 외에도 이재정 더민주 의원이 개원 첫날인 30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의 다짐을 전했다. 김한정 의원은 '의정보고'라는 제목으로 경기 남양주부터 여의도까지 2시간 넘게 걸린 출근길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의원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국회의원의 모습처럼 운전기사가 있는 검정색 세단을 이용하지 않고 손수 운전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채이배 의원은 "아직 어리고 젊은데 수행하는 보좌진보다는 정책을 개발하는 보좌진은 한 분 더 두고 싶었다"며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 수행 비서를 둘 수도 있으니 너무 단정적으로 쓰지는 말아 달라"며 웃었다.
송영길 의원은 시민들과 소통, 보좌진 배려, 건강관리 등을 이유로 지하철 출근을 계속할 생각이다.
송 의원은 "출근 시간만이라도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고, 의원 일정 때문에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수행비서를 출근 때만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지하철로 출근하면 2500~3000보를 걸을 수 있는데 지하철 출근은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국회의원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동성도 반드시 필요하고 체력안배도 중요하기 때문에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선택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