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큰집이 아니라 친정 MBC다.
지난 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월 '특별퇴직위로금' 청구 소송을 냈다.
사장 임기를 못 마치고 퇴직했으니 사규에 따라 2억 4천만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달라는 취지다.
규정에 의한 정당한 요구라면 못할 게 없다.
다만 청구의 적법성을 가리기 전 궁금해지는 건, 왜 임기를 못 마치고 내려왔을까 하는 점이다.
◇ MBC 내 '좌파척결 청소부', 김재철 前사장
그가 MBC 사장으로 재임했던 기간은 2010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다.
그런데 MBC를 넘어 언론계에서 아직 그의 이름이 자주 회자될 정도로 김재철 전 사장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선임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그 유명한 '쪼인트 까였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던 김우룡 씨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MBC 간부 인사를 좌지우지했다고 자랑하며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큰집도 (김재철 전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라고 말한 뒤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등이 반발했지만 '대청소'는 이행됐다.
2012년 170일에 걸친 노조의 파업 이후 3년에 걸쳐 200여명의 기자, PD가 해고·정직·대기발령 조치를 당했다.
부당인사를 지적하는 소송이 이어졌고 사측은 줄줄이 패소했지만, 김재철의 MBC는 그 정도의 예상된 저항은 깔아뭉개기로 이미 작정한 상태였다.
올해 초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보수매체 대표 등과의 만남에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를 언급하며 "그 둘은 증거가 없었다…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시킨 것"이라고 실토했다.
◇ 쪼인트 까인 낙하산의 말로…"위로금 달라"
방송을 파행시킨 점은 물론이고, 명품가방과 귀금속 구입 등 수억원 대 법인카드 부당 사용 사실이 드러난 이후다.
여성 무용인에 대한 20여억원의 특혜성 지원 제공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떠밀려 물러난 김재철 전 사장은 이젠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밀며 명예회복을 도모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참여한 것인데, 1902표 가운데 96표를 얻어 꼴찌로 낙천했다.
지위도 명예도 잃었으니 이제는 금전으로나마 보상받겠다는 소신이 놀랍지만 어찌보면 김 전 사장 역시 위로가 갈급할 수도 있어 보인다.
'큰집' 사람들이 그린 그림 안에서 그는 한낱 꼭두각시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은 2012년 3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재철 MBC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재철 전 사장은 과거 "나는 노조에 협조적이고 화합형이다", "공영방송을 지키고 공익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했는데, 큰집의 하명과 '쪼인트'가 없었더라면 그 약속을 지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큰집 사람들 가운데, 오늘까지 이어지는 'MBC 사태'에 책임을 지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