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유값 인상 대신 단계적 경유차 OUT

경유차 규제 강화, 노후 석탄발전 폐쇄, 직화구이는 설비지원

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방독면을 쓰고 '미세먼지 근본 대책 촉구 시민 캠페인-클린 디젤은 없다'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결국 미세먼지 특별대책에서 경유값 인상 방안을 제외했다.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경유세 인상) 방안을 4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에 맡기겠다며 장기과제로 돌렸지만, 결국 이번 정부 내에서는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3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방안은 4개 국책 연구기관의 공동연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앞서 이날 가진 관계장관회의에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 문제는 여러 방안이 있으나 모두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큰 만큼, 앞으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미세먼지 대책에서 경유값 인상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지난 2005년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통해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을 75%에서 85%까지 올리는데 2년여의 논의기간이 걸렸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경유 상대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방안은 이번 정부 내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 경유값 인상 대신…단계적 '경유차 out' 추진

경유값 인상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정부는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예정대로 내년 9월부터는 모든 경유 신차에 실도로 기준을 도입하고, 차량 정기검사 항목에 초미세먼지(PM2.5)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에 대한 기준도 신설된다.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하는 경유차는 앞으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과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배기가스에 대한 결함시정, 즉 리콜 명령이 내려질 경우, 리콜을 받지 않는 차량은 정기검사에 불합격을 시키기로 했다. 리콜 이행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모든 노선버스는 단계적으로 CNG 버스로 전환되며 이를 위해 CNG 버스에도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CNG버스 교체비용도 정부에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 광역급행버스(M버스)도 앞으로는 CNG 버스만 신규허가를 받을 수 있다.

노후 경유차는 수도권 운행제한이 제한되는 한편 조기폐차가 추진되고, 저공해차로 인증받을 수 있는 경유차는 휘발유차 수준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현재 유로5 이상 경유차에 부여한 저공해차 인증과 이로 인한 혜택은 폐지될 전망이다.

이밖에 굴삭기나 지게차 등 미세먼지를 많이 유발하는 건설기계에 대해서도 실도로 검사기준을 도입하고, 매연저감을 위해 2005년 이전 노후기계의 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저공해화 사업 대상도 지게차와 굴착기 2종에서 기중기와 로우더를 추가해 4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발전 산업부문에서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가장 핵심 방안이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는 폐기하거나 연료를 전환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하고 직화구이 음식점은 설비지원

이와 함께 신규 석탄발전소 9기에 대해서는 영흥화력 수준의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기존 발전소도 대대적인 성능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를 가중시키는 충남의 3개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도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배출 삭감 목표를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도권의 공장 등 사업장 가운데 대기오염총량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이 1.2종에서 3종까지 확대되고, 배출 총량 할당기준도 2018년부터는 50%가량 더 강화할 계획이다.

논란이 됐던 직화구이 음식점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설비를 지원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는 2020년까지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 510개소에 미세먼지 저감시설이 지원될 예정이다.

도로 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로먼지 청소차를 2020년까지 444대 보급하고, 도로먼지지도 제작, 저마모타이어 기준 마련 등의 대책이 추진된다. 건설 공사장 날림 먼지를 줄이기 위해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비산먼지 저감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불법 소각을 방지하기 위한 재활용 동네마당과 공동집하장도 더 늘리기로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에 대책이 집중됐다. 대기오염이 악화될 경우 한중 핫라인이 가동되고, 대기질 측정자료 공유 도시를 늘리는 등 협력사업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미세먼지(PM2.5) 측정망을 미세먼지(PM10) 수준으로 확대하고, 버스나 선박, 드론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이동형 미세먼지 측정기술을 개발해 측정망을 보다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예보모델도 2020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대책 이행추진TF'를 구성해 이들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해서, 10년 안에 유럽 주요도시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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