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제의 항공등화…'KS 셀프인증' 논란에 휩싸인 업체 제품

항공등화 KS인증과정에서 장비도 없는 검사기관이 시험성적서 발행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야간에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김해공항 등 비행장에 설치된 유도로등이 꺼지는 위험천만한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유도로등의 KS 인증과정에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전남 무안공항에서 티웨이 항공기가 이륙하기 직전 활주로와 연결된 유도로에 설치된 등(燈) 120개가 일제히 꺼져버린 장애의 원인은 전원공급 장치인 '정전류 조정기' 이상이었다.(관련 기사 6.2. CBS노컷뉴스='전국 공항이 깜깜!' 항공기 이·착륙 비상)

해당 장치는 국내 A 업체의 제품으로 국가표준인 KS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A 업체 유도로등의 KS시험을 실시한 B 연구기관이 무안공항의 장애 원인인 '정전류 조정기'를 시험할 수 있는 검사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해당 연구기관의 KS시험성적서에는 정전류 조정기를 테스트한 것으로 나와 있고, 합격이라는 결과가 표기돼 있다.

지난 3월과 4월 김해공항에서 정전 장애를 일으킨 매립 형태의 유도로등도 A 업체가 만든 제품으로 똑같은 연구기관에서 KS시험이 이뤄졌다.

시험장비가 없는 검증기관에서 발행한 항공등화 KS 시험성적서에는 하중시험이 실시돼 이상없음으로 표기돼있다.
해당 연구기관에는 수십t의 항공기 무게를 견뎌야 하는 매립등의 내구성을 시험할 수 있는 장비 자체가 아예 없는데도, 하중시험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비행장에 매립된 항공등화는 하루에도 수백 차례나 수십t 무게의 항공기가 밟고 지나가기 때문에 객관적인 하중시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에 대해 B 연구기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하중시험을 시행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A 업체 공장에 직접 가서 업체 장비로 시험했다"며 "산업표준화법 시행령에서 검사장비를 갖춘 공인검사기관이 없을 경우, 제품제조공장에서 품질을 시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A 업체도 "국가에서 정한 KS인증 절차에 따라 KS마크를 획득했다"는 입장이다.

경쟁업체에서는 이를 두고 반발하고 나섰다.

항공등화 수입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의 KS인증은 마치 학생이 자신이 푼 문제지를 자기가 직접 매기는 셀프 인증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시험과정으로 인증된 KS제품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항의 전반적인 사항을 지도·감독하고 인허가를 내주는 항공청에서도 최근 항공등화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자, A업체 제품의 KS인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부산지방항공청 소속 한 공무원은 "시험자격도 장비도 갖추지 않은 기관에서 검증한 제품을 어떻게 신뢰하고 공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할 수 있겠냐"며 "A 업체 제품의 KS시험성적서를 보면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여서 KS가 부정발급 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처럼 'KS셀프 인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는 올해도 십수억 원을 들여 노후화된 항공등화를 문제의 A업체 제품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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