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3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 1-2공구(190만705㎡)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15톤 덤프트럭 기사들은 하루 9~10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일단 오전에 일을 시작하면, ‘식사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이어간다.
경력 30년차 덤프트럭 기사인 이춘무(51) 씨는 “장시간 덤프트럭을 몰고 울퉁불퉁한 공사현장을 오가는 일을 반복하면 멀미를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근처의 다른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을 몰던 A(65) 씨는 작업을 마치고 차량에서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허리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검단신도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15톤 덤프트럭 기사들이 이처럼 중노동을 하며 받는 일당은 38만원에 불과하다.
정부고시가격인 표준품셈 60만원(8시간 기준)과 비교하면, 3분의 2수준이다.
또 강원지역 50만 원, 충청지역 48만 원 등 타 지역보다도 훨씬 적은 전국 최저 단가이다.
여기에서 기름 값과 차량수리비, 보험료 등을 제하면 검단신도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기사들은 한 달에 200만 원 벌기도 버겁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하청업체들이 임금이라도 제때 주면 다행이지만, 두 달이나 석 달 뒤에 주는 일도 일상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덤프트럭 기사 김세관(56) 씨는 “임금이 나올 때까지 몇 달 동안은 유류비와 차량수리비, 생계비 등을 카드로 돌려막으며 간신히 버티는데 이 것도 한계가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민주노총은 인천지역 덤프트럭 기사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은 발주처에서 원청과 하청을 거치면서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택지조성공사는 LH 인천지역본부가 대방건설에 발주했고, 원청인 대방건설은 인성개발과 대성건설에 하청을 줘 지난 2월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발주처인 LH는 이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LH 검단사업단 김필규 단장은 "인천지역에 덤프 기사들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면서 “우리는 원청이나 하청업체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며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덤프트럭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과 '전국 최저 임금' 등에 항의하며 100일 가까이 시위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7일에도 LH 인천지역본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발주처의 무책임과 탐욕스런 원청과 하청의 수직구조 속에서 인천지역 덤프트럭 기사들만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