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도 아닌데…'철조망'으로 가로막힌 두 아파트

"임대아파트 주민 통행을 막기 위한 용도" vs "안전상 설치된 것일 뿐"

A 아파트와 B 아파트 사이에 설치된 철조망. 300여m 가량 설치돼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A 아파트와 B 아파트 사이에 설치된 철조망. 300여m 가량 설치돼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대전의 두 아파트 사이에 설치된 '철조망'의 배경을 놓고 주민들 간 의견이 분분하다.

임대아파트 주민 통행을 막기 위한 용도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는 등 지역사회에서 갈등과 반목의 불씨로 꼽히고 있다.

(관련 기사 CBS 노컷뉴스 16. 5. 10 임대아파트라서?…이웃한 두 초등학교의 학생 수 양극화)

대전 서구 둔산동에 이웃한 A 아파트와 B 아파트.

지난 1991년 한 달 간격으로 지어진 두 아파트 사이에는 300여 m의 철조망이 놓여있다.

20여년 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조망은 곳곳이 녹이 슨 상태로 A 아파트와 B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있다.

"아파트 건설 당시엔 없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A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설치된 것"이라는 게 이 지역에 오랜 기간 거주한 주민들의 설명이다.

A 아파트 맞은 편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B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은 A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 가장 가까운 통학길이지만, 철조망 때문에 그렇게 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B 아파트 정문으로 나와서, A 아파트 단지 외곽을 따라 학교를 오가고 있다.

B 아파트 주민들 역시 "철조망이 없으면 대형마트를 가기가 더 편한 데 먼 길을 돌아서 가야 된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A 아파트에 사는 이모(11)군은 "바로 옆인데도 B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가려면 빙 둘러 가야 해서 불편하다"며 "철조망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아파트와 C 아파트 경계에 단지 간 통행을 위해 설치된 계단 (사진=김미성 기자)
A 아파트는 B 아파트 외 C 아파트 등 다른 아파트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C 아파트와의 경계에는 철조망이 없고, 단지 간 통행을 위한 계단도 따로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A 아파트와 B 아파트 사이에만 철조망이 놓인 이유는 뭘까.

A 아파트는 '분양아파트', B 아파트는 '임대아파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B 아파트 1500가구 중 약 58% 정도가 취약계층과 새터민 등을 포함한 영구임대아파트 거주민이다.

B 아파트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김모(67)씨는 "영세민 아파트 주민이 A 아파트 쪽으로 건너다니니까 못 다니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많이 서운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만성이 돼서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역시 B 아파트에 사는 70대 주민은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있나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 아파트)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없는 사람들과는 놀지 말라'는 말까지 하는걸요"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A 아파트하고 B 아파트는 평수부터 가격까지 차이가 크다"며 "어느 곳에나 있는 문제 아니냐"라고 말했다.

A 아파트 주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손을 내젓는다. A 아파트 주민 고모(75) 씨는 "요즘에 임대아파트를 차별하는 일은 없다"며 "아파트 단지 간 바닥 높이가 달라 통행할 때 위험할 수 있어서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시 바닥 높이가 다른 C 아파트와의 사이에는 철조망 대신 계단이 놓인 것에 관해서는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 역시 "철조망이 설치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임대아파트와의 통행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은 B 아파트 주민들의 입장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철조망 철거 계획을 묻자 관리사무소는 "철거를 요구한 (A 아파트) 주민은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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