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소원도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것이다. 그만큼 가해자들은 자신을 잘못을 인정하기를 지독하게 꺼리고 있다.
지난 1일 이뤄진 일본의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옛 미쓰비시 광업)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으로 끌고 가 노역에 동원한 중국인 3700여 명에게 사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중국인 피해자들은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해 왔지만 일본 대법원은 2007년 4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포기됐다"면서 가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중국인 피해자의 배상 요구를 일본 정부가 회피하면서 내세웠던 것도 똑같은 논리다.
이번 합의는 이런 일본 정부와 일본 법원의 판단과 달리 미쓰비시가 자발적으로 직접 협상을 통해 피해자 금전 배상에 합의하고, 역사적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없지는 않다.
미쓰비시는 성명을 통해 "중국인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인권을 침해하고, 노동을 강요한 역사적 사실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며 "심심한 사죄와 통절한 반성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유족들도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일본 교토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옌러위청(86)은 "이 승리를 꼭 전세계에 알려달라"고 했고, 다른 피해자 장이데(88)도 "(미쓰비시가) 사죄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유족인 마웬이(55)는 "부친의 소원이 이뤄져서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을 탄 이런 반응이 다소 과장될수도 있겠지만, 미쓰비시의 사죄에 대해 중국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8월 중국 피해자들에게도 1인당 10만 위안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부 피해자 단체들이 "성의가 없다"며 반대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가 한국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으로 이어질수 있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씨비시는 한국 피해자에 대한 사죄.배상 요구에 대해선 일축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한국인 강제노역에 대해선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한국인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종결됐고, 식민지배 시기 조선인 강제징용은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합의가 다른 일본 기업의 강제노동 배상에도 큰 영향을 줄수 있지만, 한국은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존하는 일본 기업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강제 징용했던 곳은 20여 곳이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모두 11건이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됐다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인은 2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소원'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도 막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