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숨진 19살 김모 군 사건 이면에 '갑질 계약'을 주도한 서울메트로와 용역을 따내기 위해 이런 계약을 받아준 은성PSD의 이같은 결탁 정황이 드러나면서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메트로 직원 위해 계약직 채용해야'…황당한 비정규직 채용 이유
CBS노컷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양측의 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은성PSD는 신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황당한 이유가 명시돼 있다.
2014년까지 효력을 발휘했던 이 계약서에는 "'을(은성PSD)'은 '갑(서울메트로)'이 정한 비율에 의한 전적 직원이 부족할 때 신규채용 직원을 한시계약방식으로 채용하여 갑의 분사전출 희망자가 있을 경우 계약직 직원을 갑의 분사전출 인력으로 채용하여야 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도 메트로 직원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인력배치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못을 박아놨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업체를 사실상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의 '정년 연장소'로 전락시킨 조항이었지만, 은성PSD도 군말없이 이를 수용하면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같은 계약내용은 결국 김 군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모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메피아'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 관리·감독 내가, 사고책임은 네가?
스크린도어 관리 업무에 관한 모든 보고를 받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메트로는 사고 책임 등은 전적으로 은성PSD에 떠넘기고 있다.
이번달까지 유효한 용역계약서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의 용역업무 수행 전반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고, 용역원의 변동을 즉시 보고받도록 했다.
또, 은성PSD의 업무가 불성실하다고 판단되거나 파업 등으로 업무수행에 차질이 빚어지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은성PSD 직원에 대한 법률상의 권한이나 재해보상 등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
계약서에는 "계약대상자(은성PSD)는 용역사업 수행을 위하여 채용된 종사원에 대해 고용자와 사용자로서 (중략)... 모든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불이행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용역업무에 종사하는 종사원에 대한 재해보상의 모든 책임은 계약상대자가 져야 한다"고도 적혀있다.
◇ '집단농성 없도록 노무관리해야'…노동권 탄압 규정까지?
이런 가운데 서울메트로는 은성PSD 직원들의 집단농성이나 항의 등 정당한 노동권 행사까지도 간섭하는 조항을 만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 직원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한 집회나 항의 등 노동권 행사를 하지 않도록 노무관리를 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문대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관리 업무의 주요 사안을 모두 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용역업체의 노사문제에서만 뒤로 빠진 다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영 교수는 "상당 부분에서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이런 '갑질 계약' 문화 자체도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