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초등학생들 위해 지역공동체가 만든 '맛있는 음악회'

"마을 여러 단체들이 교육 사각지대 아이들에 문화교육"

경기도 김포는 도시와 농촌이 공존한다. 신도시가 들어서고 곳곳에 아파트가 세워졌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여전히 농지와 소규모 공장이 많아 김포시 안에서도 교육 문화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지역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역의 한 교회가 중심이 돼 지역공동체의 협력과 나눔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31일 고촌교회 아트홀에서 열린 '짜장면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악회'에서 김포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있다. 이날 참여한 연주자들은 대부분 김포 시민들로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제공=고촌교회)

김포시 고촌면에 있는 고촌감리교회. 지난 31일 초등학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줄을 맞춰 예배당으로 들어온 아이들, 시끌시끌 떠들던 아이들은 연주회가 시작되자 조용히 무대를 바라봤다.

트럼펫과 트럼본, 호른 등 금관악기로만 구성된 5중주, 플룻, 클라리넷 등 목관 4중주, 피아노 3중주, 오케스트라까지 음악회는 다양한 구성으로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31일 고촌교회에서 열린 '짜장면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악회'에서 금관 5중주 V'rass팀이 연주하고 있다. 트럼펫과 호른, 트럼본, 튜바 등 쉽게 볼 수 없는 악기에 아이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공=고촌교회)
음악회가 끝난 뒤 교회 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또 한 번 웃음꽃을 피웠다.

박민성 군(김포대명초 5학년)은 "제가 모르는 악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김서율 군(수남초 4학년)도 "연주회도 재밌었지만,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어 도 좋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오케스트라 음악교육을 해온 김포 고촌교회가 이번엔 '짜장면과 함께 하는 맛있는 음악회'를 마련했다.

음악회에 초대받은 이들은 김포 변두리 농촌지역에 위치한 7개 초등학교 4백여 명의 학생들이다. 지역적으로 논밭과 영세 공장들이 많아 아이들을 위한 문화 교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이다.

학교에서도 음악교육을 실시하지만 전교생이 50-60명 안팎이다 보니 다양한 악기 교육을 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못한다.

지난 31일 고촌교회에서 열린 '짜장면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악회'에 참석한 초등학생들.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이 처음이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김포 하성면 금성초등학교에서 온 교사 류현주 씨는 "화면이나 동영상, 사진으로만 봤던 악기를 직접 보고 전문가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음악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이같은 자리가 자주 마련되길 희망했다.

대곶면 석정초등학교 교사 이종원씨도 "학교가 김포 변두리에 있어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좋은 음악회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행사는 교회에서 진행됐지만, 교회 혼자만의 노력은 아니었다. '맛있는 음악회'는 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멋진 오케스라 무대를 선보인 김포 심포니오케스트라는 김포 주민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연주단이고, 피아노 3중주 등 멋진 무대를 선보인 연주가들도 모두 김포 시민들로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지난 31일 고촌교회에서 열린 '짜장면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악회'에서 짜장면을 만들어준 '두루두루 사랑하는 모임'은 김포지역 소외이웃을 찾아다니는 김포주민들의 모임이다.
김포에서 3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자원봉사팀 '두루두루 사랑하는 모임'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짜장면을 만들어 연주자들과 아이들에게 맛있고 풍성한 식탁을 선사했다.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김포교육지원청 역시 학교를 선별하고 교육 동참을 이끌었다.

김포교육지원청 박외순 교육장은 "마을 안의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며 "마을이 커다란 교육공동체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교회도 동참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간을 제공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하면서 '맛있는 음악회'를 완성했다. 교회 단독으로도 음악회를 할 수 있었겠지만, 지역의 여러 단위들이 함께 했기에 의미가 더욱 빛났다.

"교회가 이 일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고촌교회 박정훈 목사는 "교회도 지역의 기관 중 하나"라고 말한다.

"교육, 문화 등 지역의 다양한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교회가 이를 해결해 나간다면 그것이 지역사회와의 대화이자 소통이 되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교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회를 관람하는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박정훈 목사는 앞으로 김포교육지원청과 이번에 참여한 봉사팀 등과 논의를 해나가면서 이번 음악회를 정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포라는 커다란 마을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의 나눔과 봉사가 어우러지면서, 이 지역의 교육 사각지대의 틈이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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