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여, 민주주의와 함께 공화주의를 지향해야 할 이념으로 규정했지만 공화주의의 의미는 여전히 다양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공화를 표방하고 유신독재를 낳은 과거 민주공화당도 공화를 내세웠지만, 공화주의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아 이를 논외로 함에도 말이다.
우리나라에 공화주의를 진지하게 소개한 이는 홍세화 현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인 듯하다.
프랑스 거주 뒤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나눈다' 책을 썼던 그는 공화주의의 나라, 공화국을 "자유로운 시민들이 공익을 목표로 하는 사회로서 법의 권위가 지배하는 국가"로 정의한 바 있다.
공화주의의 연관 개념으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있는데,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공화주의라는 두 가치의 결합"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한 구성 요소가 공화주의라는 설명이다.
반면 프랑스의 석학 레지스 드브레는 "모든 공화정은 민주주의적이지만 모든 민주주의가 반드시 공화주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공화주의의 한 구성 요소라는 것이다.
◇ 분분한 '공화주의', 유승민에겐 '혁명'의 이념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공동의 법과 이익에 의해 결속된 공동체로서의 국가가 공화국"이라고 정의하면서도 "공화주의는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해석들 속에 현실 정치인 유승민 의원이 나름의 정의를 추가했다.
유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화주의 철학에 기초한 보수혁명을 해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쓰며 전날 성균관대에서 했던 강의 영상을 첨부했다.
강의에서 그는 공화주의에 대해 "공공선을 담보하는 법의 지배 안에서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예속되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시민적 덕성을 실천하는 정치 질서"라고 정의했다.
또 "투표에서 이기면 멋대로 다 하는 민주주의를 벗어나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면서 두 이념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렇듯 의미가 혼돈되면 그 연원을 떠올리는 법이다.
공화주의나 공화국은 라틴어 'res publica'에서 유래했는데 '공적인 일', '여럿의 화합'을 뜻한다.
이를 동양에서 '공화'로 번역한 건 근대 일본학자들로, 이들은 중국 주나라 여왕(厲王)이 쫓겨난 뒤 찾아온 제후들의 공동집권 시기 연호를 따왔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여왕은 포악하고 교만했으며 자신을 비판하는 백성들을 탄압하고 목숨을 빼앗았다.
강요된 침묵에 참다못한 제후와 백성들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 여왕을 축출했고 주정공(周定公)과 소목공(召穆公)이 천자(天子)를 대신해 정치를 함께 했다.
그때의 연호 '공화'가 바로 현대의 공화주의로 이어진 것이다.
집권여당으로부터 탄압받은 유승민 의원이 이러한 유래를 떠올렸는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공화주의에 보수혁명을 연관한 점은 자못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