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에도 '관피아' 여전히 활개…서울 메트로 낙하산까지

관피아, 정피아, 해피아, 산피아에 이어 메피아(메트로+마피아)까지 출현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를 위해 일명 '관피아방지법'(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관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메트로 출신들이 외주 용역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메피아(메트로+관피아)까지 등장하면서 구의역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서울메트로 자료를 보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인 은성PSD 임직원 143명 중 정비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은 전체의 41%인 59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관련 자격증이 없는 나머지 84명의 상당수가 서울메트로에서 퇴직한 후 은성PSD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임직원인 메피아(메트로+마피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대거 은성PSD로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은성 측이 매월 용역비로 지급받은 5억 8천만원 중 4억원 가량이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의 임금으로 지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용역비의 대부분이 스크린도어 수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메피아에게 지급되면서 구의역 사고로 숨진 19살 김모군이 한 달에 쥘 수 있는 월급은 고작 144만원에 불과했다.

은성PSD 황준식 노조위원장은 "서울메트로에서 온 직원들은 여기 와서 몇 년씩 정년이 연장됐다"며 "인건비의 대부분은 내년에 퇴직 예정인 분들에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메피아들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오면서 정비에 투입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져 김 군은 나홀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다 짧은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 해양수산부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는 해피아가 있었다면, 구의역 사고의 배후에는 메트로 마피아인 메피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유관기관이나 기업에 내려가는 관피아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는 진단에 따라 일명 '관피아방지법'인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관피아방지법이 강화된 뒤에도 관피아 낙하산은 여전했고, 특히 국가정보원과 대통령 비서실, 대검찰청 등 권력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관료의 취업 승인율을 살펴보면 2013년 90.7%, 2014년 80.4%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 후인 지난해에는 취업 승인율이 78.4%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른바 힘 있는 부처라는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등에서 퇴직한 관료들의 취업 승인율은 거의 100%에 가까워 이들 부처 공무원들에게는 관피아방지법이 유명무실했다.

권력기관 퇴직자들의 재취업 사례를 살펴보면 김앤장에 몸 담았던 대통령 비서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지난해 5월 다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금융감독원에서는 허창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금융보안원장으로 재취업했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특정1급이 KB투자증권 상근경영고문으로, 1급이 현대건설 비상근자문으로 옮기는 등 국정원 출신들은 건설사나 금융회사의 고문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천문학적인 부실로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에 박근혜 대통령 측근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정됐다 무산된 사실은 관피아 문제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최근 추천돼 '정피아'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 변호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직을 사퇴했다.

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설립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이번에 낙하산 인사가 추진되던 사외이사 외에도 최고재무책임자로는 거의 예외 없이 산업은행 출신 이른바 '산피아'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는 게 관행이 돼 왔다.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으로도 산업은행 출신들이 연이어 낙하산 인사로 내려왔고, 사외이사의 상당수도 관료와 정치인 출신 등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산업은행 출신의 낙하산이 비단 대우조선해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경영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 조선해양에도 산업은행 출신들이 연이어 감사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산업은행 출신들이 대우조선과 STX의 요직을 차지하며 부실경영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서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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