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실업자 2만명 쏟아져도.. 뒷짐진 노동부는 '모르쇠'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대규모 실업사태가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예상 실업 규모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해 벌어질 실업 규모 예측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실업자와 대책 마련을 위한 재원 규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동부가 실업자 규모를 전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채권단 등 기본계획이 짜여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전망은 추측일 뿐,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같은 달 30일에도 대규모 실업 사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물량팀'의 규모와 고용보험 가입률 등을 묻는 질문에 "실태조사 후 보호방안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수립하겠다"면서도 "계약형태가 다양해 본인들이 직접 대조해봐야 정확한 숫자가 나온다"고 말을 흐렸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자 규모를 정부가 미리 밝히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지 않겠나"라며 "워낙 예민한 문제여서 실업 규모 예측치가 언론에 언급될 때마다 현장에서 노사 양쪽으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채권단 등에 짐을 맡겨놓고 구조조정 윤곽이 잡혀야만 실업자 규모와 대책 범위를 거론할 수 있다는 노동부의 '모르쇠' 대응은 혼란만 늘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구나 불황을 맞은 조선업계에서 이미 수만명 규모의 실업이 시작된 마당에 잠정 실업 규모나 물량팀 노동자의 규모조차 밝히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굼뜨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박종식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적어도 3, 4만명 규모의 실업은 예정된 상태"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어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 지역에서 9000여명, 거제도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8000여명, 목포 삼호중공업에서 4000여명, STX조선해양을 포함해 진해 지역에서는 2000여명 등 2만여명이 이미 조선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에 3대 조선소의 해양플랜트 인도 시기가 몰려있어,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단기계약직·물량팀 노동자들의 일자리 역시 흔들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에 8기의 해양플랜트를 인도할 예정이고, 대우조선해양은 2기, 삼성중공업 4기를 올해 안에 인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물론 일부 노동자는 다음해까지 확보된 수주 물량 작업에 흡수돼 실업 규모가 상쇄되겠지만,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이미 약 2만명 가량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태정 정책국장은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가진 장관이 실업 위기가 닥친 노동자가 몇명인지도 모른다고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의지만 있다면 고용 형태와 직무별로 노동자를 정산하고, 각 사업이 끝나는 시점 등으로 충분히 실업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협력적 구조조정'을 말할 수 없다"며 "관련 정보를 노조와 공유하고 함께 대비해야 더 큰 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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