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출국 당일을 빼면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에 3일씩 체류하면서 각국 정상과의 회담, 국가별 비즈니스포럼 참석 등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 대통령 최초로 아프리카연합(AU) 특별연설을 통해 대아프리카 협력 비전도 제시했다.
에티오피아 40건, 우간다 19건, 케냐 20건 등 각국과 경제협력 및 교류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특히 에티오피아·우간다와의 국방협력 MOU로 북한의 대아프리카 군사외교 전략에 타격을 입혔다. 남북한 동시수교국인 이들 3개국 정상들로부터 북핵 공조의지도 확인받았다.
출국전 브리핑 때 청와대가 밝힌 "3개국 방문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상생해가는 협력의 파트너십'의 기반을 한층 다지게 될 것"(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라던 기대를 외견상 충족한다.
하지만 이번 아프리카 순방을 놓고는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당장 출국 당일 ‘외교 비중을 분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26~27일 일본에서 열린 서방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최대 안보현안인 북핵 문제가 주요의제로 다뤄지고,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 피폭지 방문이란 중대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G7 정상회의 참석요청이 없었고, 아프리카 국빈방문 일정은 훨씬 전에 확정돼 있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그렇더라도 북핵 논의는 물론, ‘히로시마 방문’으로 상징되는 미일동맹 중심의 동북아전략 공고화 현장에서 우리가 배제당하는 상황을 방치한 것은 문제일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대응보다 우간다 독재 정권과의 만남이 더 급했느냐"(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또 국회법 개정안을 굳이 해외순방 기간 '거부'하면서 '꼼수' 논란을 자초했다. 귀국 뒤인 7일 정례 국무회의에서도 가능했던 거부권 행사를 19대 국회 임기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임시 국무회의' 개최 방식으로 강행했다.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으로 피는 듯했던 협치의 불씨를 단숨에 꺼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 당일 있었던 에티오피아와의 정상회담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외교 성과도 거부권 논란에 가려졌다. 다수가 된 야권은 야권대로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운호 게이트', '어버이연합 의혹', '백남기 사건' 등의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밖에 순방기간 국내를 훑으며 대권 입지를 다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를 놓고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또 '우간다·북한 군사협력 중단선언'을 둘러싼 우간다 정부 내의 불협화음 발생과 관련해서는 아프리카의 대북압박 의지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아프리카 순방과 관련해 "우리 외교가 적극적이지도 못하고 정교하지도 않다는 생각"이라며 "정교하게 미일관계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우간다에 대해서는 단 한번 정상회담으로 '관계 단절'을 과신하는 것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