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무대에서 빛을 발했던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이대호(시애틀) 등 KBO리그 출신 타자들의 거포 본능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힘과 힘의 대결이 연일 펼쳐지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그들의 파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31일 현재 메이저리그 신인 타자들의 홈런 순위를 보면 박병호와 이대호가 각각 2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4월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콜로라도의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가 14개로 1위에 올라있고 박병호가 9개로 노마 마자라(텍사스)와 함께 공동 2위다.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7호 홈런을 때린 이대호는 공동 5위에 랭크돼 있다.
아메리칸리그 소속 신인 타자들의 순위를 살펴보면 박병호가 마자라와 함께 공동 1위, 이대호가 그 뒤를 잇는 공동 3위다.
이대호는 올해 고작 75타수만을 소화하고도 7개의 홈런을 때렸다. 10.7타수당 1개의 홈런을 때린 셈이다. 신인 타자들 가운데 단연 눈부신 기록이다. 스토리는 14.3타수당 1홈런을, 박병호는 16.1타수당 1홈런을 각각 기록 중이다.
이대호의 팀 동료 카일 시거는 "이대호는 주전이 아님에도 타석에서 꾸준히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순수 장타율(Isolated Power, 이하 ISOP)이라는 개념이 있다. 안타를 많이 치면 칠수록 장타율은 올라간다. 단타 역시 장타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ISOP는 2루타, 3루타, 홈런 등 단타를 제외한 안타들을 타수로 나눠 각 타자의 파워를 가늠해보는 기록이다.
이대호의 ISOP는 0.280이다. 만약 이대호가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숫자다. 데이비드 오티즈(보스턴)이 0.390으로 이 부문 독보적인 1위에 올라있다. 이대호의 ISOP는 8위 크리스 카터(0.287, 밀워키), 9위 마크 트럼보(0.284, 볼티모어) 등 수년간 검증된 정상급 거포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호의 타수가 많지 않아 시즌 끝까지 지금과 같은 순수 장타율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 강렬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대호보다 놀라운 ISOP를 남기고 있는 KBO리그 출신 타자가 있다. 바로 강정호다. 강정호의 기록은 0.361이다. 만약 그가 지금 기록 그대로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오티즈에 이어 리그 2위가 된다.
강정호는 부상 복귀 후 61타수에서 무려 6개의 아치를 쏘아올렸다. 10.2타수당 1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단타 아니면 홈런, 중간이 없는 이대호와는 달리 강정호는 2루타도 4개를 때렸다. 시즌 장타율(0.639)도 높고 순수 장타율 역시 리그 정상급이다.
박병호의 순수 장타율은 0.241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28위이다. 이 역시 결코 떨어지는 기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