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남자를 떠나보낸 여주인공, 과연 새 삶을?"

조조 모예스 장편소설 '애프터 유'

'미 비포 유'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된 윌 트레이너를 만나 진짜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죽음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루이자 클라크. '애프터 유'는 윌이 죽은 이후 루이자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세상에 홀로 남은 루이자가 윌과의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한 채 슬픔을 이겨내고 진정한 해피엔딩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윌의 마지막을 함께한 뒤, 세상에 홀로 남은 루이자는 윌이 당부한 대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고 고향을 떠나 런던에 정착하지만, 윌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윌이 곁에 없다는 상실감으로 좀처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다. 이런 루이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의도하지 않은 자살 소동과 함께 상상도 하지 못한 또 다른 윌 트레이너가 찾아온다. 과연 루이자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책 속으로

나는 윌의 이름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의 가족 관계 이야기, 30년 동안의 결혼생활 이야기, 함께 살며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난 마치 사기꾼이 된 것 같았다. 나는 6개월 동안 간병인 노릇을 했다. 윌을 사랑했고, 윌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 6개월 동안 윌과 서로에 어떤 존재였는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상대방의 짧은 농담과 직설적인 진실과 쓰라린 비밀을 이해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 내가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방싱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가 내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아사 그가 없이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건? 그런 생각이 드는데, 슬픔을 내내 다시 살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상처를 자꾸 뜯어서 낫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어떤 일에 가담했는지 알고 있었다. 내 역할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을 자꾸자꾸 곱씹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71~72쪽

나는 미처 생각도 하기 전에 작은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잡고서 키스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앞으로 다가와 키스를 받아주었다. 그러다 누군가 와인 잔을 쓰러뜨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영원히 그와 키스하고 싶었다. 이것이 무엇이며, 무슨 의미인지, 앞으로 얼마나 일이 복잡해질지, 이런 생각은 모두 막아버렸다. ‘자, 어서. 인생을 살아.’ 나 자신에게 말했다. 온몸에서 이성이 흘러나가고 맥박만 남았다. 나는 그에게 하고 싶은 것만을 바라는 존재가 됐다.
― 233쪽 중에서

“사람들은 슬픔을 지겨워하는 것 같아요.” 나타샤가 말했다. “정해진 시간만, 6개월 정도만 슬퍼할 수 있고, 그다음에도 계속 슬퍼하면 사람들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살짝 짜증을 내죠. 불행에 매달려 있으면 제멋대로 군다고 해요.”
“그렇지!” 주위에서 모두 동의하며 웅성거렸다.
“요즘도 상복을 입으면 더 편할 것 같아요.” 대프니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아직 슬퍼한다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으니까.”
“운전 연습생 표지처럼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상복 색깔을 바꾸는 것도 좋겠네요. 검정에서 다음에는 진한 자주색으로.” 린이 말했다.
“그러다 다시 행복해지면 노란색이 되는 거죠.” 나타샤가 씩 웃었다.
“아, 안돼요. 내 피부에 노란색은 정말 안 어울려요.” 대프니가 조심스레 웃었다
- 495쪽 중에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북이십일 아르테/536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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