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논평] '묻지마 살인'에 '조현병' 탓만 하는 강신명 경찰청장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원한도 없고 돈 욕심도 없는 생면부지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묻지마 살인'이 우리사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살인이 올 들어서 벌써 3번째 일어났다.

지난 29일 오전 5시 32분 쯤 서울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가 하면 17일 오전 1시 7분에는 강남역 인근 노래방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렀던 23살 여성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러 그 자리에서 살해됐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가 특별한 범행동기 없이 무차별하게 저지른 살인이었다.

4월 17일에는 광주 어등산을 등반 중이던 60대 남성이 갑자기 다가온 49살 김 모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등산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 지난해 11월 20일에는 경기도 수원시내 pc방에 들어온 한 손님이 갑자기 칼을 휘둘러 한명이 살해됐다. 2014년 7월에는 울산 침산동에서 18살 여대생이 젊은 청년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오랫동안 조현병(調絃病)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망상과 무논리증, 와해된 언어와 행동, 정서적 둔마, 환각 등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그들은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낯선 사람에게 '묻지마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한 집단군에 속하지만 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청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묻지마 살인'에 대해 여태껏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묻지마 살인범'이 병원치료를 받던 조현병 환자로, 우발적으로 일으킨 범죄라는 사실만 반복할 뿐이다. 강남역 공중화장실 살인사건 역시 여성혐오가 아니라 정신분열에 의한 우발적인 범죄라는 점을 강조해, 여성혐오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묻지마 살인'이 사람들이 많이 출입하는 공중화장실과 인도와 등산길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구멍 뚫린 치안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금의 '묻지마 살인'이 일정부분 경찰의 치안력 부재로 인해 발생한 범죄가 분명한데도 경찰은 반성은커녕 대응책 마련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조현병 환자가 돌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묻지마 살인사건'의 주 원인인양 핑계를 삼고 있는 듯하다.

강신명 경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강 청장은 여성들이 밤길을 마음 놓고 걸어갈 수 있도록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장소가 범죄현장이 되도록 만든 것은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경찰의 허술한 치안 때문이다. 관청 주변에 24시간 늘어서 있는 경찰병력을 재배치해서라도 치안 공백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조현병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 가해자의 망상과 환각, 정서적 둔마 따위의 정신분열과 그에 따른 범죄의 성격을 논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의 발단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감춘 채, 표면적인 것만으로 '묻지마 살인'의 범죄형태와 환경을 단정 짓는 경찰의 행태는 속 보이는 일이다.

강 청장은 올해 들어서 일어난 3건의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허술한 치안이 '묻지마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일부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과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안을 강화하고 순찰을 엄격히 해야 한다.

시민들, 그 중에서도 여성과 학생들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지하철을 타는 일도, 밤중에 인도를 걸어가는 것도 겁이나서 피하고 싶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 청장은 '묻지마 살인'이 조현병자의 우발적 행위였다고만 되풀이해서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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