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한 쫓기는 여성도, 당 떨어진 할머니도 전화하세요"

강남역 사건 후 귀가 안심 스카우트 신청 부쩍 늘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명미 (안심귀가 스카우트)

매일 밤 노란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중년의 보디가드들이 있습니다. 경찰이 아니고요.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여성안심 귀가서비스 대원들입니다. 얼마 전에 강남역에서 있었던 화장실 살인사건을 비롯해서 부산에서는 거리를 걷는 여성 2명에게 무차별적으로 각목을 휘두르는 이런 폭행사건까지 터지면서 안심귀가 서비스 신청도 부쩍 늘었다는데요. 이거 나도 좀 활용해 볼 수 있는 건가, 어떻게 신청하는 건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이세요. 서울 대치4동의 밤거리를 지키는 김명미 씨 연결을 해보죠. 김명미 씨, 안녕하세요?

◆ 김명미> 네, 안녕하세요. 김명미입니다.

◇ 김현정> 안심귀가서비스,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 김명미>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강남구청 상황실이죠. 3423-6000번이나 다산콜센터로 120번으로 지원 요청을 하시면 댁까지 안전하게 귀가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오다가 내리기 30분 전쯤에, 다산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우리 김명미 씨 같은 스카우트대원들이 나와계시는거예요?

◆ 김명미> 네. 연결을 해 주시면 저희가 나가있죠.

◇ 김현정> 그럼 누구나 다 받을 수가 있는 겁니까?

◆ 김명미> 네. 여성분이라면.

◇ 김현정> 무료료?

◆ 김명미> 그렇죠.

◇ 김현정> 우리 김명미 씨는 시작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 김명미> 3개월째 되고 있어요. 3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보수는 좀 넉넉히 받으세요?

◆ 김명미> 그냥... (웃음) 노력한 만큼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제가 좀 알아보니까 그렇게 넉넉히 받으시는 거 아니더라고요.

◆ 김명미> 네. 그렇기는 해요. (웃음)

◇ 김현정> 그냥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받으시던데,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여성분이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근무하시고.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 김명미> 제가 20대 때 한번 퇴근하고 가는데 어떤 남자가 따라와서 무서웠던 적이 있어요. 막 뛰면서 도망가는데도 신발이 하이힐이고 해서 굉장히 힘들게 도망을 갔었거든요. 그래서 근처 슈퍼로 들어가서 도움을 요청을 했죠. 그랬더니 그 분이 데려다 주신 기억이 있어요.

◇ 김현정> 슈퍼에서 만난 슈퍼주인 아저씨가?

◆ 김명미> 네, 주인 아저씨가 데려다주셨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정말 고마운 분이네요.

◆ 김명미> 그렇죠. 이 스카우트제 대원이 되면서 그 생각이 많이 나요.

◇ 김현정> 3개월이면 그렇게 많은 분들을 만나신 건 아니겠지만 그중에서도 좀 기억에 남는 분, 어떤 분이 기억나세요?

◆ 김명미> 간호사분이 있었어요. 3교대를 하시는 분이니까 밤늦게 오셨는데, 술 취한 분이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셨나봐요. 그래서 그 분이 놀라셔갖고 그분도 편의점으로 도망을 갔다더라고요.

◇ 김현정> 일단 지하철 편의점에서 몸을 숨겼고.

◆ 김명미> 네.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있는걸 알았냐고 했더니, 그 전에 저희가 순찰하면서 명함을 드리면서 ‘동행해드릴까요?’ 했던 적이 있었대요.

◇ 김현정> 평소에 순찰도 다니시는 거군요?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사진=본인제공)
◆ 김명미> 네. 그렇죠. 그리고 또 한 번은 70대 노인분이셨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화단 있는 데 앉아계시는데, 조금 이상해서 다가가서 ‘특별한 증상 있으십니까?’ 했더니 본인이 당뇨가 있으시고 암에 걸리셨다 그러더라고요. 그 시간이 한 10시 40분쯤 됐을 거예요.

◇ 김현정> 밤 10시 40분인데 할머님 혼자서 화단에 앉아계셨던거예요?

◆ 김명미> 네, 운동하고 기운이 떨어지셨다고, 그리고 당이 떨어졌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가지고 있던 사탕이 하나 있었어요. 그걸 제공해 드렸더니 너무 감사하다 그러면서. 그러더니 그분을 한참 안정시키고 데려다 드리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죠.


◇ 김현정> 혹시 신청하는 분 중에 남자 분은 없었어요? 남자분은?

◆ 김명미> 저희들이 그냥 여성분만 합니다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어떤 남성분들은 ‘요즘은 남자가 더 약한대요. 여자가 더 센데 이런 분도 계세요.’ 이런분도 계시긴 하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일단은 여성만 대상으로 한 서비스고요. 많이들 고마워하시죠?

◆ 김명미> 그럼요. 어떤 분은 과자 같은 거 주시고

◇ 김현정> 데려다 드리고, 순찰 돌 때.

◆ 김명미> 네. 음료수도 주시고 그런 분도 계세요.

◇ 김현정> 그런데 김명미 씨, 새벽 1시까지 다른 여성분들 귀가 돕고 나면 정작 김명미 씨는 어떻게 집에 가세요?

◆ 김명미> 일단 2인 1조, 3인 1조로 다니고요. 아줌마 파워로 다니는 거죠. (웃음)

◇ 김현정> ‘아줌마 파워’로. (웃음) 하긴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얼마 전에 그 강남역 화장실에서 여성 상대로 한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어요. 그 후로 신청건수가 많이 늘었다면서요.

◆ 김명미> 네. 거의 2배로 늘었다고 봐도 되죠.

◇ 김현정> 진짜 우리 김명미 씨한테는 죄송한 말씀이 될 수도 있지만 안심스카우트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명미> 저도 바라고 있습니다.

◇ 김현정> 끝으로 밤길에 떨고 있는 많은 여성들한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김명미> 저희를 보시면, 노란 조끼와 경광봉을 들고 가는 스카우트 대원이 있으면 ‘도와주세요.’라고 말씀해 주셔도 되고요. 끝까지 가시는 거 지켜봐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미리 신청할 때, 서울 같은 경우에는 아까 전화번호 몇 번이라고 하셨죠?

◆ 김명미> 다산콜센터 120번입니다.

◇ 김현정> 서울에서 120번으로 어디서든 전화하시면 달려가신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안전한 밤길 책임져 주시고 우리 김명미 씨도 안전 제일 명심하셔야 됩니다.

◆ 김명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서울 대치4동의 밤거리를 지키는 분 여성안심 스카우트 김명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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