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뒤 아마도 이처럼 환하게 웃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김현수의 미소가 볼티모어 팀 전체를 웃게 했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7경기만에 터진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하며 6-4 팀 승리를 이끌었다.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한 김현수는 4-4로 맞선 7회초 2사에서 상대 우완투수 제프 맨십이 던진 시속 148km짜리 직구를 때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김현수는 경기 후 지역매체 'MASN'과의 방송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좋았다. 안 넘어갈 줄 알고 열심히 뛰었는데 넘어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답하며 기분좋게 웃었다.
"행복하다면 환하게 웃어라"는 방송 진행자의 말에 김현수는 잇몸을 만개하며 기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볼티모어의 중계를 담당하는 지역 방송국도 김현수의 이같은 환한 미소를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김현수의 지금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그러나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그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구단은 계약서에도 없는 마이너리그행 옵션을 들먹이며 김현수를 압박했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잔류의 뜻을 나타내며 버텼다. 그러자 벅 쇼월터 감독은 오랫동안 김현수를 벤치에만 앉혀뒀다. 김현수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서서히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5번째 연속 출전경기에서, 시즌 17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첫 대포를 쏘아올렸다.
김현수는 현재 타율 0.383, OPS(출루율+장타율) 0.974를 기록 중이다.
한국에서만큼 충분히 뛰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좋은 기록을 남기고 또 홈런까지 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못 뛰는 것은 내가 다 초반에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언제든지 나가게 되면,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게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수는 자신감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벤치에 있을 때도 자신감은 늘 충만했다. 지금도 똑같다. 나가서 자신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