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팬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인가'.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만한 장면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재밌게 봤을만한 장면이다.
이는 침묵 세리머니다. 일종의 신인 신고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린 팀 동료에게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달려들어 축하를 건네는 문화가 있다. 신인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선배들의 장난이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4 동점이던 7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때려 볼티모어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가 홈런을 때리고 덕아웃에 돌아왔지만 아무도 김현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이나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거는 장면이 없었다. 동료들은 김현수가 조용히 장갑을 풀고 있을 때 한꺼번에 달려들어 김현수의 데뷔 홈런을 축하했다.
그런데 김현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볼티모어 지역언론 담당 기자들의 경기 후 트윗을 살펴보면 김현수는 침묵의 신고식을 이미 알고 있었다.
볼티모어선의 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는 "김현수는 한국에 있을 때 이미 메이저리그의 덕아웃 침묵 신고식 영상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다. 김현수는 동료들의 외면을 받으면서도 표정만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에게 달려들어 축하해줄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여러 면에서 준비된 신인이었다. 볼티모어가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