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에서
건국대 철학과 강영계 명예교수가 현대 사회에서 사랑의 언저리를 맴돌며 소외와 결핍을 겪는 학생들에게 사랑의 본질과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청소년을 위한 사랑 에세이'를 펴냈다. 저자는 역사와 신화, 종교, 심리학과 생물학을 두루 넘나들며 철학자, 심리학자, 성직자 등이 주장한 사상이나 이론을 소개하며 사랑의 본질을 다루고, 엄마와 딸, 선생님과 학생의 대화를 통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설명하며 묻고 답하기 어려웠던 사랑에 관한 궁금증을 하나씩 해결한다.
1장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작된 곳은?’에서 사랑의 개념을 설명하고 사랑에 대한 관념이 생겨난 배경을 제시하며, 2장 ‘성숙한 사랑을 위한 밑거름’에서는 사랑 때문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역사 속 인물을 소개하며 사랑의 정서도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3장 ‘몸이 자라면 마음도 성장한다’에서는 신체와 성격 발달의 상호 관련성과 각 발달 단계의 특성이 사랑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4장 ‘사랑의 발자취를 찾아라’에서는 본능에 가까운 자기중심적이고 욕구 충족적인 사랑의 정체를 분석한다.
5장 ‘성과 사랑의 연관 관계’에서는 태어남과 성장, 결혼, 출산의 과정을 통해 성숙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남녀 간의 사랑을, 6장 ‘예술 속 사랑의 모습’에서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순수한 사랑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그리고 7장 ‘사랑에도 정답이 있을까’에서는 종교와 문화에 따라 나타나는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조명하며 마무리한다.
본문 이해를 돕는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각 장 끝에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게 한 '생각해 볼 문제'를 넣어 학생들이 사랑에 관한 올바른 시각을 정립하도록 했다.
책 속으로
“선생님, 사랑은 삶의 에너지 같아요. 인간이나 동물이나 태곳적부터 사랑을 했겠지만, 사랑이 학문 탐구의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예요?”
“진아가 흥미로운 주제를 꺼냈구나. 독일의 형태심리학자 분트는 인간의 능력을 지(知), 정(情), 의(意)로 나누고 사랑을 여러 가지 정서들 중 하나로 보았단다. 1960년대 사회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사랑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 그리고 1980년대에는 남녀 간의 낭만적 사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지. 사람들이 사랑의 의미, 유형, 사랑과 연관된 개념, 이론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게 된 거야.” ─1장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작된 곳은?' 중에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욕망의 거대한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이 욕망은 충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에너지라고 할 수도 있다. 욕망의 강물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냐에 따라 사랑의 힘이 빛날 수 있는지, 아니면 증오의 힘이 세력을 떨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삶의 힘을 사랑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증오로 만들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의지와 아울러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도 배우고 가르치며 훈련해야 한다. 이것은 성숙한 인간성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삶의 교훈이다.
─2장 '성숙한 사랑을 위한 밑거름' 중에서
원초아는 리비도(libido)라고 하는데, 리비도는 성적(性的) 충동을 말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아나 초자아는 원래 리비도였던 것들이고 리비도에서 나와서 변형된 것들이다. 프로이트가 말하는 성격 발달은 성적 발달에 대응한다. 성격 발달의 바탕이 되는 것이 성적 발달이므로, 성적 발달의 단계를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적 발달은 리비도가 신체의 어떤 부분을 통해 어떻게 발달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프로이트는 개인의 성적 발달 단계를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구강기(1세), 항문기(2세), 성기기(3세), 잠복기(4세~사춘기 이전), 생식기(사춘기 이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이 각각의 성적 발달 단계에서 어떤 경험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서 성인이 된 후 성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생각이다. ─3장 '몸이 자라면 마음도 성장한다' 중에서
“엄마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인간의 성욕은 성인의 경우 결국 성관계를 통해서 충족되는 거예요. 이 경우 남녀는 상대방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해야 건전한 성관계와 아울러 성적 사랑이 성립한다는 거죠?”
“철학자 칸트는 타인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나와 같은 목적으로 대하라고 말했단다. 그러고 보면 성욕과 성욕의 충족, 자손의 번식과 성적 쾌감 등은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임이 분명하지.” ─5장 '성과 사랑의 연관 관계' 중에서
현대인은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만 온갖 신경을 쏟기 때문에 예술의 본질을 망각하고, 따라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마저 은폐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술의 내용과 본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로지 생활 수단으로써의 예술 작품만 소중히 여기며 예술의 실용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현대 사회가 과거의 어느 사회보다도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순수한 예술이나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6장 '예술 속 사랑의 모습' 중에서
강영계 지음/해냄/244쪽/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