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문외한도 가뿐하게 읽는 철학책 67권

신간 '곁에 두고 읽은 철학 가이드북' …플라톤에서 곰돌이 푸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제임스 M. 러셀은 가볍다는 비난을 받을 각오를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철학 고전 목록을 만들었다. 그는 67권의 책을 고르고 그 아이디어를 요약해 '곁에 두고 읽는 철학 가이드북'을 완성했다.

플라톤, 데카르트, 비트겐슈타인부터 어린왕자와 무민, 필립 K. 딕까지 포함하는 이 책의 목록은 과연 독창적이다. '순수 이성 비판', '자유론', '공산당 선언' …… .한번쯤 들어 본 바로 그 철학책들이 이 책 안에 다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펴 볼 엄두도 나지 않던 책들이다. 하지만 '철학 가이드북'과 함께라면 가뿐하다.

1,000자 내외의 단어로 각각의 책을 간결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작가의 사상적 배경과 관련 도서들까지 다루어 주마간산격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을 위해 원전을 다 읽는 생고생을 직접 한 저자가 자신의 언어로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요약한 [Speed Read] 코너는 책 속의 또 다른 재미이다.


67권의 책은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어 각각의 테마에 따라 소개된다.

[1부 벼락치기 여행: 철학의 위대한 고전들]에서는 버트런드 러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 존 스튜어트 밀 등 서양 전통 철학의 근간을 다룬다. ‘우리는 확실한 지식을 보유할 수 있는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같이 고대부터 수많은 철학자를 괴롭혀 온 질문을 위주로 철학의 하이라이트를 시간 흐름에 따라 정리했다.

[2부 사나운 미치광이들: 이방인들과 불청객들]에서는 도스토옙스키, 니체, 카프카, 카뮈 등 주류 철학에 포함되지 않은 이단아들을 모았다. 니체는 진짜로 정신병자가 되었고, 헉슬리는 과도한 환각 체험에 탐닉하다 생을 마감했으며, 필립 K. 딕은 때때로 자신이 1세기에 살았고 외계 지성이 자신의 두뇌 속으로 메시지를 보냈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이들은 소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인간의 본성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 준다.

[3부 명상: 달콤하지만 의미심장한 우화]는 윌리엄 블레이크, 칼릴 지브란, 생텍쥐페리, 벤저민 호프 등 철학적인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 책들은 발표 후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대중에게 철학적 감동과 깨달음을 줘 왔다.

[4부 심리극: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서는 철학의 본질적인 목적을 고민한다. 표준적인 철학적 시각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인생살이의 쟁점들을 다룬다. 손자, 라로슈푸코, 프로이드, 칼 융, 에리히 프롬의 등의 저서를 통해 더 나은 삶, 일상생활을 더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한다.

[5부 20세기의 각종 ‘주의’: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쟁점들]에서는 20세기 들어 등장한 다양한 사상의 갈래들을 대표하는 고전을 소개한다. 마르크스, 엥겔스, 사르트르, 피터 싱어, 나오미 울프 등의 주요 저서를 통해 공산주의, 실존주의, 상황주의, 페미니즘, 아나키즘, 환경 보호론의 핵심을 파악하고 정치적 이상이 가진 철학적 함의를 읽어 낸다.

[6부 합리성과 도덕성: 현대 철학의 새로운 갈래들]은 의미와 해석에 무게를 두고 언어와 이성을 탐구했던 20세기 후반 철학계의 흐름을 따라간다. 제2차 대전 이후의 공포와 반성, 현대 사회의 윤리성 문제, 현대 과학계의 문제, 테러리즘 등을 철학적으로 고찰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7부 의미와 해석: 대륙 철학의 난해한 전통]은 영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유럽 대륙의 철학적 흐름을 살펴보면서 둘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알아본다. 영미 철학이 객관적인 사실과 확실성, 이성의 상식적 해석에 주력한 반면, 모든 지식과 의미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전제로 그 결과의 탐구에 주력한 유럽 철학을 비교한다.

제임스 M. 러셀 지음/김우영 옮김/휴머니스트/360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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