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헛기침에 '감기 걸린 고려인삼'…중국 매출액 급락

4월까지 인삼 수출액 전년 대비 20% 급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최근 중국의 고가사치품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새로운 정풍(正風)운동을 추진하면서 고가사치품 구매가 눈에 띠게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고가사치품에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고려인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 판매부진에 시달리며 매장 창고에 재고물량이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가 선물시장, 특히 농축수산물 시장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올해 4월까지 인삼 수출액 20%25 감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산 인삼류의 대외 수출 물량은 2천200톤, 금액은 4천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700톤, 5천380만 달러와 비교해 물량은 22.7%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오히려 20.1% 감소한 것이다.

인삼 엑기스와 인삼 차 등 제품 수출이 13%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출물량은 늘어났지만 주류 품목인 홍삼과 백삼, 태극삼 등 뿌리삼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올들어 뿌리삼 수출액은 1천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0%나 줄었다.

◇ 중국 헛기침에 감기 든 한국 고려인삼

이렇게 된 원인은 중국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중국은 지린성을 중심으로 세계 인삼의 70%를 생산할 정도로 연간 생산량이 많다. 이렇기 때문에 가격은 우리나라 인삼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중국산 인삼은 품질이 떨어져 저가시장에서 유통되고 우리나라산 고려인삼은 고가시장에서 판매돼 지금까지는 고려인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저품질의 중국산 인삼이 저가시장을 기반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기존의 고려인삼 판매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이 고려인삼 시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겨 줬다.

고려인삼, 특히 뿌리삼은 중국 현지에서 고가사치품 품목에 올라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인삼 수출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인삼제품이 주로 부모나 친지들에게 선물하는 효도상품으로 인식되지만 중국에서는 사업청탁 등 부정한 선물로 지나치게 왜곡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혹시나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우려해 구입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내 인삼 매장, 재고물량 가득

이처럼 중국에서 고려인삼의 판매시장이 위축되면서 현지 인삼매장 창고에는 재고물량이 쌓이고 있다.

인삼 수출업체 관계자는 "국내 유명 인삼 브랜드업체들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물량이 계속해 들어가다 보니까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삼제품, 특히 홍삼제품의 경우 보관기간이 길게는 5년 이상 가능하기 때문에 재고관리에 큰 문제가 없지만, 중국의 인삼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가격 덤핑 판매 등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국내에서도 인삼 소비가 위축돼 생산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까지 부진하면서 인삼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인삼협회 관계자는 "홍삼 등 인삼 가공품의 소비부진으로 국내에서만 2년치 생산액인 2조원 규모의 인삼이 재고로 쌓여 있다"며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서 중국 수출마저 어려워져서 충격이 엄청나게 크다"고 전했다.

◇ 김영란법 시행, 국내 인삼산업 위기

여기에 오는 9월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현재 90% 이상이 5만원이 넘는 인삼제품의 특성상 선물용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정풍(正風)운동으로 고려인삼 매출이 감소했듯이, 국내에서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인삼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인삼협회에 따르면, 수삼을 포함한 국내산 인삼의 연간 소비물량 가운데 절반 정도가 추석과 설 등 명절기간에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삼협회는 따라서, 앞으로 김영란법이 시행돼 명절 선물용 판매가 감소하면 인삼업계가 입게 될 피해액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삼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에서도 인삼 소비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인삼업계도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새로운 판매전략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도 인삼 산업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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