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승객 비상 슬라이드로 대피 중 부상 입기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항공기 엔진 화재로 발이 묶였던 승객 253명과 승무원 16명이 26일 밤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고기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으로 예정보다 8시간 늦은 시간인 이날 오후 10시 44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20분가량 입국 수속을 마치고 몹시 피곤한 표정으로 공항 입국장으로 나왔다.
홀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남성이 대부분이었으며, 가족 단위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승객들은 사고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민우(34)씨는 "항공기가 이륙하려고 가속하는 순간 '쿵' 소리가 나더나 날개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며 "몇 분 지나 (연기가 난) 반대쪽으로 탈출하라고 해서 탈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대피 안내를 잘했고 승객들도 줄 맞춰서 침착하게 대피했다"며 "밖에 나가서 연기와 불을 보니 그때야 사고를 실감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황경태(59)씨는 "이륙하기 전 '뻥' 소리가 나면서 급정거를 하고서는 1분 정도 있다가 탈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피곤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10분만 빨리 이륙했으면 다 죽었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대피 과정에서 다친 승객도 있었다.
이마에 거즈를 붙이고 있었던 김병진(47)씨는 "비상 슬라이드를 타고 대피하는데 앞서 내려간 승객들이 빨리 비키지 않아 충돌해 얼굴 피부가 파이고 왼쪽 무릎도 다쳤다"며 "대한항공 부담으로 일본 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기내 대피 직전 화재 발생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없었던 점 등 미흡한 대한항공 측의 사고 대처에 항의하기도 했다.
회사원 이희영(53)씨는 "창가에 앉았는데 날개 쪽에서 검은 연기가 확 올라오며 화염도 보여 불을 인지했지만, 대응이 즉각적이지 않았다"며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빠른 대응 같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우성필(44)씨는 "사고 이후 대한항공 측은 (보상과 관련해) 따지는 사람의 연락처만 받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상황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어 답답함이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낮 12시 20분께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항공기 KE2708편(B777-300)의 엔진 한 곳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승객 302명은 승무원 17명과 함께 항공기 밖으로 긴급 대피해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대한항공은 이후 오후 4시께 승객을 수송하려고 대체 항공편(KE3707·B747-400)을 하네다 공항으로 보냈다.
여행을 포기한 일본인 승객 등과 스케쥴이 남은 승무원 1명을 제외한 269명은 이 대체 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후 8시 46분께 일본을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