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9시. 서울 강남대로 거리 일대에서 SNS를 통해 모인 여성 80여 명이 집회 시위를 벌였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휴대폰을 꺼내 연거푸 셔터를 눌러댔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용윤신(26) 씨는 "여성 혐오 범죄로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해 추모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참가자들의 행진이 시작되자 5월의 마지막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려고 나온 시민들도 시위대 앞에선 발걸음을 늦췄다.
친구와 술자리를 갖기 위해 서울 노원구에서 온 김 모(26·여) 씨는 "추모제를 보니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며 "광화문이나 종로에서만 보던 집회를 강남역에서 보게 돼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집회참가자가 나눠준 전단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지선(30·여) 씨는 "주변에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이런 집회는 필요한 것 같다"며 "하루빨리 사회가 안전해져 이런 추모제도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SNS를 통해 일부러 추모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도 있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김미정(51·여) 씨는 "강남이 너무 빠른 속도로 상업화돼 최근 범죄도 늘어난 것 같다"면서 "추모나 집회를 통해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현장에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죄 없는 한 20대 여성이 강남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목숨을 잃은 지 열흘째가 되던 이날.
유흥 1번가였던 강남역 주변은 추모와 집회의 공간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