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군없는 동두천 기지촌, 주말 밤 2시간 벌이로 연명

"달러 마대자루에 쓸어담기" 옛말…내년 5천명 평택행, 고사 위기

지난 26일 오후 8시, 주한미군 2사단 캠프 케이시 맞은편에 위치한 동두천 보산동 외국인 관광특구는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새나오는 음악소리로 뒤덮였다.

줄지어선 70여 곳의 클럽들은 간판에 불을 켜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지만 거리에는 외국인 노동자 몇 명이 오고가는 것이 전부였다.

문 열린 클럽 내부로는 손님을 기다리는 필리핀 여성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노닥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보산동 상인들은 미군이 북적이는 날은 주말뿐이고 평일에는 거리에서 10여 명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보산동 관광특구에서 14년간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2)씨는 "평일의 경우 맥주 1병도 못 파는 날이 허다하다"면서 "보산동에 있는 클럽의 약 60%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2시간 영업으로 생존…매출은 10년 전에 비해 1/10 수준

금요일인 27일 오후 10시, 보산동 관광특구로 캠프 케이시에 주둔 중인 미군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그나마 거리는 미군 장병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클럽과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얼굴에서 활기가 느껴졌지만 고작 2시간에 불과했다.

근무를 마친 미군들은 부대 내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개인시간을 보낸 뒤 부대를 빠져나오는 시간은 오후 9시 이후고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부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마대 자루에 달러를 쓸어 담는 표현을 쓸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지만 이제는 하루 2시간 벌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60)씨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매출이 1/10 이상으로 줄어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미군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업종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IMF 외환 위기에도 건재했던 보산동…현재는?

현재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7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210화력여단 2,300여 명만 동두천에 남고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보산동 관광특구 내 220여개 점포 가운데 90% 이상이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어, 파병이나 기지 이전 소식이 나올 때 마다 상인들의 한숨만 높아지고 있다.

동두천 보산동 관광특구의 위기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미2사단 소속 1개 여단 병력 3,600여 명이 이라크로 파병되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특히 2006년 12월 전철 1호선 보산역이 개통되면서 외박을 나온 미군 장병들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클럽과 식당이 몰려 있는 서울 홍대, 이태원 등을 즐겨 찾으면서 보산동 상권에 균열이 커지기 시작했다.

또 최근 젊은 미군 장병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져 기지촌을 찾는 발길이 더욱 줄고 있다는 것이다.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허모(59)씨는 "미군 장병들은 대부분 일과 관광을 동시에 추구하는 '워크싸이씽족'"이라면서 "9개 월이란 순환근무 기간 동안 더 많은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주말마다 외박이나 외출을 떠나는 미군들로 보산역은 넘쳐난다"고 말했다.

고종빈 보산동 상가연합회장은 "미군 이전으로 보산동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지역주민들과 60년 넘게 달러를 벌어 조국 현대화에 기여한 보산동 상인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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