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대신 '대결' 택한 박 대통령…야당 달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를 향해 ‘마이웨이 국정기조’를 선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로 인해 야권이 격하게 반발하는 등 4·13총선 이후 고조됐던 협치 기대감이 소멸하고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법안은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국정 통제를 위한 것이다.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용을 ‘원격 재가’하는 방식으로 이에 동의했다.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던 야당의 기대는 일거에 무너졌다. “거부권 행사는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것”(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이라는 경고도 소용없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제창 문제에도 박 대통령은 야당의 기대치를 높였다 결국 좌절시키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13일 여야3당 원내대표 회동 때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약속은 “국론분열이 우려돼 제창을 금지한다”는 보훈처의 결정으로 귀결됐다.

이처럼 여야3당 회동 이후에만 이처럼 야권의 기대가 두차례 꺾였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뜻을 수용하기보다 대치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쪽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야권은 협치 의사를 접는 수순을 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20대 국회에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률을 왜 대통령이 앞장서서 거부하느냐. 이는 의회민주주의 거부”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자결재 통해 새벽같이 마치 한강 다리 건너듯 결국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5·16쿠데타에 비유했다.

사실 야권 의견이 묵살당하는 일은 4·13총선 이전이 훨씬 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테러방지법 처리 등이 강행되는 동안 야당의 존재감은 없었다. 오히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일은 하지도 않고 지지해달라느냐”(경제입법), “국민들 안전을 신경쓰지 않는 것같다”(테러방지법) 등 박 대통령의 비난만 받았다.

박 대통령은 1년전 첫번째 거부권 행사 때도 국회에 ‘하극상 시행령’의 시정요구권을 부여한 법안 내용이 위헌이라면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초강경 비난을 쏟아냈다.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야당 불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에서 ‘견제가 아니라 통제’라는 표현이 핵심”이라며 “근본적으로 박 대통령은 국회를 협상대상이 아니라 ‘지휘 대상’으로 여기고 있고, 이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0대 국회부터는 야권이 다수라는 데 있다. 향후 야당들이 비협조로 일관하는 경우 박 대통령의 1년반 남은 임기는 국정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야권은 대통령 권한의 제한까지 벼르고 나선 상황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국회의 견제없이 정부를 독선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제왕적 통치관에 젖어 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나왔다”며 헌법 개정, 인사청문회 확대 등 대통령 견제장치의 필요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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