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당 9만원 줘도 못구해"…연중 일자리 만든다

도시는 일자리 부족·농촌은 사람 부족…농식품부 '영농작업반' 조직

5월 이맘때부터 배 농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적과(열매 솎아내기)가 끝나면 곧이어 봉지 씌우기도 해야 한다. 모두가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처럼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 제때 적과를 못해 사실상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에 인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과 도시지역의 노후 일자리 문제를 연계해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숫자는 5개 품목의 필요인력을 합한 수
◇ 농번기, 일손 30만명 부족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 재배면적은 1만3740ha로 연간 86만 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인력 가운데 5월과 6월 두 달 동안 52%인 45만 명이 필요하다.

국내 최대 배 생산지인 전남 나주의 경우 적과와 봉지 씌우기가 집중되는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40일 간 1일 평균 1천500명씩 6만여 명의 인력 수요가 발생한다.

하지만, 나주지역에 유휴 노동력이 절대 부족해 인근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전문 농업작업단 인력이 투입돼 겨우 일손을 채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1일 여성 인건비가 평균 7만원, 남성은 9만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나주 영농조합 관계자는 "배 과수원에서 일하는 게 봉지 씌우기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인데 하루 일당 9만원에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농촌 일손이 5~6월 파종기와 8~9월 수확기에 70% 이상 집중되면서 인력부족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가 평균 가구원 수도 지난 2003년 3.2명에서 2014년은 2.5명으로 감소하는 등 농촌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봄과 가을 농번기에 국내 농촌 인력이 최소 30만 명 이상 부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정부, 2017년까지 농식품 분야 일자리 1만3800개 창출…영농작업반 운영

농식품부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농촌의 인력 수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민간, 공공분야의 고용 중개기능이 미흡해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도시지역의 유휴인력, 특히 60세 이상 은퇴자와 3-40대 예비 귀농인들이 농업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영농작업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영농작업반은 거점 지역(풍양농협)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인근 지역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일감 확보
영농작업반은 10~40명 규모로 조직해 전국을 순회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여주 고구마 영농작업반은 주로 여주에서 생활하며 2월에 육묘작업, 4~6월에 정식(육묘를 옮겨 심는 것), 7~10월에 수확을 하지만, 나머지 기간은 강원도 고랭지 배추 수확과 제주도 감자 작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현재 전국 704개 지역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인력중개센터 가운데 특히 일손 부족이 심각한 25개 시·군 농협을 '거점 인력중개센터'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들 거점 센터는 중장년일자리센터, 주거복지연대, 노인인력개발원 등 민간 인력중개기관과 협업을 통해 영농작업반을 조직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이밖에도, 청년층의 영농 창업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0여 명에게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귀농인 1500명에게 영농창업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농업법인이 농고 또는 농대 졸업생을 채용할 경우에도 운영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안호근 농촌정책국장은 "영농작업반이 구성되면 농번기 노임이 안정되고 지속적인 농작업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900명 이상의 일자리 제공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또, "이미 외국에서도 농업이 미래 일자리 창출 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내년까지 농식품 분야에서만 모두 1만3,8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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