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27일 오전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홍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서 전관 로비 의혹은 부인했지만,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불찰이 있었다"며 일부 시인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쳤다.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변론을 한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면서도 "제기된 몰래 변론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론을 맡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없었다"며 "나름의 절차를 취했다. 변호사로서 변론 범위 내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다만, 부동산업체를 통한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에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보니까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일부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상대로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홍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론을 맡으면서 수억 원의 수임료를 받고도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특히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수감 중인 정 대표를 불러 홍 변호사가 검사 등과 교제 명목으로 부당한 수임료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해왔다.
구속된 브로커 이민희(56)씨를 통해서도 홍 변호사의 사건 수임에 관여했는지, 사건 알선 수수료 등으로 돈을 주고받았는지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다.
이날 조사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홍 변호사는 정 대표, 이씨와 대질 신문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홍 변호사가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을 소개해준 뒤 후배 변호사로부터 수임료의 절반인 3억5천만 원을 받은 게 수임제한에 따른 것인지, 사건 알선료인지도 홍 변호사를 상대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홍 변호사는 '퇴직 후 1년 동안 최종근무지의 담당 사건 수임을 금지'한 변호사법 규정에 따라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사건은 맡을 수 없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홍 변호사가 사실상 소유한 부동산업체를 통해 불법 수익을 세탁하거나 은닉한 정황도 포착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홍 변호사가 조사를 받게 될 특수1부는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뒤 굵직한 비리 수사를 맡아왔던 곳이다.
대표적 '특수통'이었던 홍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후배 검사들 앞에 서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홍 변호사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참담하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원석 부장검사가 주임검사이지만, 홍 변호사에 대한 조사는 주무검사가 할 것"이라며 "이 부장이 일반 피의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예우를 갖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이 많은 만큼 홍 변호사를 상대로 한 조사를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