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임기내 평양 방문 성사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태식(전 주미대사)
◆ 이태식>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지금도 제주에 계시는 거죠?
◆ 이태식>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전직 외교관들이 많이 모이셨더라고요.
◆ 이태식> 네. 이모저모로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서 맡은 바 아마 분야가 있기 때문에 많이 모이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반기문 총장 하고도 만나셨어요?
◆ 이태식> 네, 뵈었습니다.
◇ 김현정> 많이 반가워 하시던가요?
◆ 이태식> 네, 예전에 같이 함께 모시고 일을 했던 동료들, 후배들 만나셨기 때문에 반가운 분위기에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 김현정> 정치권에서 평가하는 반 총장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전직 외교관들이 평가하는 반기문 총장은 어떻습니까?
◆ 이태식>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면 부정이나 비리 이런 것하고는 거리가 먼 깨끗하고 성실한 지도자입니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고 또 친화력이 강한 분이죠. 그런 열린 지도자로서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평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최근 외신에서는 혹독한 평가가 나와서 국민들이 좀 놀란 적이 있죠.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역대 최악의 총장 중에 한 명이다. 또 지나치게 의전에 집착한다, 임기응변에 능하지 않고 업무의 깊이도 부족하다. 미국 뉴욕타임즈에서도 힘없는 관측자다, 이런 혹평은 왜 나오는 걸까요?
◆ 이태식> 그러니까 그게 보니까 모든 사람에게 어느 지도자에게나 공과 과가 다 있게 마련이죠. 그 보도를 제가 이렇게 차분히 보니까 아무리 그런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담겨 있는, 객관성이 좀 부족한 폄하 보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인종차별적이라면 그러니까 우리 아시아가 배출한 총장에 대한 편견?
◆ 이태식> 그런 것이 겉으로 난 건 아니지만 제가 이렇게 보기에 그런 어떤 편견이 좀 반영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요. 아시는 대로 지금 언론에 보도된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대표적인 언론 아닙니까. 제가 영국에서 대사를 지낸 경험이 있습니다. 영국하면 보통 신사의 나라라고 알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곳 언론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구요, 제가 있을 때의 경험을 한 가지 말씀을 드리면 우리 한국 정부에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이고 부정적으로 보도를 한 그런 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은 근거 없이 그런 부정적인 보도를 했기 때문에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서 오랜 시간을 서로 다투면서 정정보도를 요청한 그런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신사의 나라에서 나온 보도가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보도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죠.
과거의 역사를 한가지 말씀드리죠. 우리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놓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영국의 언론이 이런 보도를 한 걸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도 못하다는 보도가 영국 언론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편향적이고 편파적이고 객관성이 잘못된 보도죠.
◇ 김현정> 이번 것도 역시 그런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 이태식> 그렇게 봅니다. 왜냐하면요. 이번에 보도 내용을 이렇게 보니까
사무총장이 UN 내부에 행정능력도 모자란다, UN 밖에서의 통치능력도 모자란다
강대국의 지도자에 맞서서 이야기도 못했다 이런 등등이 나오는데.
◇ 김현정> 있어요.
◆ 이태식> UN 내부의 행정능력이라고 하면은요. UN이라고 하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조직, 인사 기능 문제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모든 부분,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하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개혁을 사무총장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내부 반발이 있었던 것이죠.
◇ 김현정> 내부반발. 오히려 개혁적으로 적극적으로 진취적으로 하니까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겼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이태식> 개혁을 하면은 좋은 평가를 받기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앞서지 않습니까? 그리고 UN밖의 통치능력이라고 하는데요. 사무총장은 프레지던트라고 부르지 않고 세크리터리 제너럴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무슨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서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는 그런 외교적 능력, 소프트 파워 리더십이 핵심이라는 겁니다.
◇ 김현정> 부드러운 리더십?
◆ 이태식> 그럼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무슨 통치능력이라고 하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거에요. 통치능력을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코피아난 전임자에 대해서 강대국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라고 그러는데 진실은 그렇지 않고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지도자들에 대해서 문제 해결에도 서슴지 않고 가장 많이 맞선 사무총장이 반기문 사무총장입니다.
◇ 김현정> 오히려 그러면 강대국에 대해서 가장 떳떳했던, 가장 맞섰던 총장 중의 한 명이다?
◆ 이태식> 그렇게 저는 보죠. 우리 외교관들은 그렇게 평가를 합니다.
◇ 김현정> 그게 혹시 우리가 배출한 총장이니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좀 따듯한 시선으로 보시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 이태식> 사실 관계에 입각해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김현정> 냉정하게 봐도 그게 맞다?
◆ 이태식> 네. 구체적인 사례들을 저희는 많이 듣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죠. 그리고 또 보도에 보면요.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앞으로 사무총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있죠. 그 분이 훌륭한 독일 총리이니까 앞으로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하시겠죠. 그런데 그 분의 경우도요 독일어와 러시아어는 아주 정통하십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영어는 아주 그렇게 특출하게 잘하시는 분은 아니라는 건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분 역시 임기응변에 능하지 않고 어눌하게 말할 수 있다?
◆ 이태식>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여러 부분에 있어서 평가가 어느 한 부분만 가지고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리더십이라는 게 무엇이냐. 그 시대가 요구한 리더십을 잘 감당했느냐 못했느냐 이거를 봐야죠.
◇ 김현정> 외부적인 평가는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마는 그러니까 지금 이 부분은 어떻게 답을 하실지 궁금한게요. UN사무총장 자리는 이제 국제적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인데 거기에 9년이나 반기문 총장이 계셨는데. 남북관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기여한 게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이태식> 국제분쟁과 평화 유지를 위해서 당연히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당연히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셔야죠. 그리고 또 가져오신 것이 사실이고. 그리고서 이제 북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그 동안도 사무총장으로서 북한의 지도자들과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접촉을 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성과가 없고 오히려 9년 동안 사상 최악으로 경색됐을까요, 남북관계가.
◆ 이태식> 문제가 어렵고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죠. 그래서 이제 총장님으로서도 국가를 방문해서 지도자와 직접 만나 가지고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 왔고 그래서 평양 방문 계획이 있었던 것도 사실 아닙니까?
◇ 김현정> 계획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까?
◆ 이태식> 물론이죠. 그런데 북한에서, 북한에서 방문 계획을 취소했던 전례가 있죠.
◇ 김현정> 어제 이런 말씀 하셨어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의 길을 반드시 다시 찾아야 된다. 내가 뭔가 기여를 하고 싶다. 총장 임기가 불과 7개월밖에 안 남았습니다마는 그 안에 평양방문 성사가 가능할까요?
◆ 이태식> 네. 평양방문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거기에는 아마 임기를 완료하기 전에 평양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때 취소될 때 몇 퍼센트나 갔다가 취소가 된 거였어요, 성사까지?
◆ 이태식> 북한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했죠.
◇ 김현정> 그러니까 거의 얘기가 거의 90%까지 된 상태에서 깨진 겁니까?
◆ 이태식> 물론이죠.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정말 10% 되면 얼마든지 7개월이라도 가능하다?
◆ 이태식> 언제든지 그쪽에서 응하기만 하면 방문하실 수가 있죠.
◇ 김현정> 우리 측에서도 그동안에 사실은 좀 꺼려 왔잖아요. 북한과 문 닫았고. 왜냐하면 핵실험도 하고 이런 환경 때문에. 정부가 오케이 할까요.
◆ 이태식> 북한 문제가 오늘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데. UN사무총장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건 당연하죠.
◇ 김현정> 우리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시는군요.
◆ 이태식> 그렇죠. 지금 사무총장의 위치는 우리 한국 정부의 입장하고 관련해서 볼 것은 아니죠.
◇ 김현정> 깨지던 게 몇 번이나 그렇게 뒤집어 진 것입니까? 90%까지.
◆ 이태식> 한 두세 번 정도 됐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마는.
◇ 김현정> 두세 번이나요. 이제 7개월 뒤에 고국으로 와서 이분이 어떤 역할을 할까. 개인적으로는 어떤 모습을 하십니까, 이 대사께서는.
◆ 이태식> 한국인으로서는 참으로 소중한 경험과 경륜을 가지고 있는 분 아니겠습니까? 이게 이런 소중한 경험과 경륜이 개인적인 자산으로 남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어떤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요.
◇ 김현정> 그러면 어떤 역할을 하실지 아직 전혀 모릅니다마는 일각에서는 정치만은 안 된다, 이런 주장합니다. 왜냐, 외교관만 평생 한 인사들이 국내 정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특히 높은 자리면 높은 자리일수록 더 안 된다, 이 자질론. 외교관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세요?
◆ 이태식> 여러 가지 의견을 가질 수가 있겠죠.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의 의견이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중요한 건 국민들의 의사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자질에는 문제 없다고 보십니까, 정치를 하기에.
◆ 이태식> 정치. 아니, 외교관으로서 오랫동안 경륜과 또 경험을 쌓으셨기 때문에 그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여를 하시는 게 맞는데 그게 반드시 정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다른 분야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이태식> 가능성은 어느 것이나 있을 수 있다고 보죠.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고요. 정치 문제에 관해서 무슨 입장이 결정됐다고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좀 시기가 이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시기가 이르다. 1946년에 채택된 UN총회 결의안이 요즘 이야기가 많이 됩니다. 뭐냐 하면 UN사무총장은 각국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퇴임 직후에는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 이 규정이 얼마나 구속력이 있는 것이냐 해석이 분분하더군요. 외교관으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 이태식> 다양한 해석을 할 수가 있겠죠. 그러나 그것이 딱 어떤 부분은 제외된다 어떤 부분은 해서 안 된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시대의 요구나 국제사회의 관계의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신축성 있는 해석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세요. 이거는 그럼 결의안이기 때문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고 저런 해석도 가능하고 좀 분분하군요, 외교가에서도.
◆ 이태식> 네, 어느 한쪽이 맞다라고 그렇게 얘기하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죠.
◇ 김현정> 그렇다면 1985년에 반기문 총장이 미국에 이제 연수생 신분으로, 공무원 연수생 신분으로 가 있을 때 당시 미국에 머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전두환 정권에 보고했다, 이 문서가 나온 걸 두고 전두환 정권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 이런 지적들도 나오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같은 외교관으로서.
◆ 이태식> 외교관의 기본은요. 자기 나라에 관련되는 어떤 일들이 외국에서 일어나면 우리나라의 관계에 드는 모든 정보와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우리 본국 정부에 보고하는 것이 기본 임무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알게 된 정도가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고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나오던데요.
◆ 이태식> 그러니까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많은 정보를 우리가 취득을 해서 본국에 보고하는 것이 외교관의 기본적 임무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것은 어떤 공무원이든 비슷하게 이렇게 다들 일을 하시는 건가요, 외교관이라면?
◆ 이태식> 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특히 우리 외교관들은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우리 기본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 김현정> 여러 가지 반론이 그 부분에 대해서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오늘은 이태식 전 대사의 의견 외교가에서는 이렇게 본다, 의견을 전달 받는 것으로 하고요. 여기까지 말씀 듣죠. 오늘 고맙습니다.
◆ 이태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 외교가의 시선으로 반 총장과 관련해 돌아가는 상황들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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