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사태, 노조 재벌투쟁·하투 도화선 되나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노동조합의 쟁의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노동계 여름 연대투쟁인 '하투(夏鬪)'에 불을 댕길 도화선이 되고 있다.

2011년 5월, '적어도 밤에는 자야할 것 아니냐'며 주간 2교대제(야간노동 철폐)를 요구한 노조와 직장폐쇄로 맞섰던 사측의 갈등이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유성기업 사태.


당시 부분파업 1년만에 회사로 돌아왔던 노조원들은 사측과 법정 공방을 벌여왔고, 급기야 회사로부터 두 차례의 징계와 다섯 차례의 고소·고발을 당했던 노동자 한광호 씨가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유성기업,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함께 노조를 압박했던 원청업체 현대차가 한씨의 죽음을 책임져야 한다며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11일째 농성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경찰과 현대차 측이 동원한 용역 직원의 강경진압으로 한씨의 분향소가 훼손되고, 상주(喪主) 국석호 씨 등 18명이 연행되면서 유성기업 사태는 민주노총 핵심전력인 금속노조 투쟁의 최전선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영계 역시 재계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 정문 앞에서 연일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농성과 물리적 충돌이 어디까지 번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 부회장은 지난 26일 "20대 총선 이후 노동계가 여소야대 정국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에 대한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對)재벌 투쟁의 대표 사례로 유성기업 사태를 꼽기도 했다.

유성범대위 오진호 선전홍보팀장은 "현대차라는 최고 재벌이 몇년째 갑질을 하면서 노동자를 말살하고 기본권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싸움"이라며 "현대차 본사 정문 앞이 한동안 노동계 재벌 개혁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성기업 사태는 개별 사업장의 갈등을 넘어 올 여름 '하투'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확대는 교섭권 이양 절차 등을 이유로 노동계 전반의 본격적인 저항이 늦여름까지 늦춰지고 있다.

또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 역시 오는 7월초쯤 노동계가 본격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그 때까지 전교조 직권면직 사태와 함께 현대차를 상대로 한 금속노조의 이른바 '재벌투쟁'이 노동계에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현재는 공공부문을 포함해 각 주요 사업장은 임단협 기간"이라며 "민주노총은 개별 사업장의 현장투쟁을 전체 노동계의 총력투쟁으로 이끄는 시점을 6월 말~7월초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광호 열사 100일을 전후한 다음달 24일을 전후한 시기에는 끝장을 보도록 역량을 집중해 현대차 본사 앞에서 대규모 3차 범국민대회를 진행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도 유성 사태 등 노동계 이슈에 개원 즉시 대응하도록 적극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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