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한강 작가와 함께 윈윈"

- 나는 인간의 어두운 부분 관찰하는 작가
- 문학은 선악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 어떤 현상을 보여주고 주의환기 하는 것
- 시골 5일장 만담꾼 보며 작가 꿈 키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26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올 여름의 블록버스터 <종의 기원>의 작가 정유정



◇ 정관용> 소설 ‘7년의 밤’ 그리고 ‘28’, 이것 보신 분들 참 많을 겁니다. 정유정 작가인데요. 우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지금 우뚝 서 계신 분이죠. 3년 만에 ‘종의 기원’이라고 하는 신작을 또 들고 나타나셨는데. 종의 기원이 지금 아주 난리입니다. 그래서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정유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종의 기원’ 원래 베스트셀러 1등 올라야 하는 건데 한강 씨 때문에 지금 3등이에요. 한강 작가의 책이 1등, 2등이고. 아쉽죠?

◆ 정유정> 그런 점에서는 그렇지만 들어보니까 한강 작가님 것도 많이 팔리고 제 것도 많이 팔리고 그래서 윈윈이 됐어요. 그런 것에 앞서서 우리 작가가 그렇게 외국에 나가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큰 성취고 저는 일단 경외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 정관용>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도 해외에서도 많이 팔리잖아요.

◆ 정유정> 네. 독일에서 좋은 소식도 있었고 그랬어요.

◇ 정관용> 어떤 소식?

◆ 정유정> 독일에서 작년에 번역이 돼서 올해 범죄소설 탑10에 들어갔어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유정> 그래서 좀 평가를 받았죠. 한국 스릴러가,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라고 그래요. 그 톱10에 들어간 게.

◇ 정관용> 독일에서.

◆ 정유정> 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독자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번에 파리 서점에 갔었는데요.

◇ 정관용> 저도 정유정 작가의 책은 참 재미있게 열독하는 독자의 한 명인데.

◆ 정유정> 고맙습니다.

◇ 정관용> 뵙긴 오늘 처음 뵙는데 저는 처음 딱 뵐 때 무슨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어도 연쇄살인자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나시지 않을까 했는데 정반대네요. 키도 훤칠하시고 미인이시고.

◆ 정유정> 감사합니다. 안목이 높으십니다. (웃음)

◇ 정관용> (웃음) 그런데 왜 그렇게 나쁜 사람들 얘기를 많이 쓰세요?

◆ 정유정> 음. 저는요,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의 마음속에나 어두운 부분과 또 밝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삶에서 또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인간들 관계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은 대부분 어두운 부분이에요.

◇ 정관용> 당연하죠.

◆ 정유정> 질투, 시기, 분노, 증오. 이런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든요. 그러면 작가로서 물론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작가들도 꽤 많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들이 어찌해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또 이런 문제를 일으킴으로 인해서 우리 생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지. 그런 부분들을 들여다보고 세상 밖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은 그런 욕망이 있어요.

◇ 정관용> 이번 ‘종의 기원’도 사이코패스, 아주 극단적인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고. 1인칭 소설이고.

◆ 정유정> 네.

◇ 정관용> 그 후에 인터뷰 하신 것을 쭉 보니까 ‘악인을 이해한다’, ‘이해해보고자 했다’ 이런 말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 정유정> 네.

◇ 정관용> 악인을 왜 이해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가?

◆ 정유정> 이렇게 대답을 드리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문학이라는 것은 이건 악이다, 이건 선이다. 이런 것을 판단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판단해서 보여주면, 이건 악이다라고 규정해서 보여주면 그건 사실 문학이 아니라 프로파간다(propaganda)거든요. 문학이라는 것은 어떤 현상을 드러내 보여주고 여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거예요. 이걸 한 번 봐주세요. 여기에 어떤 문제가 있죠?

◇ 정관용> 이런 현상이 있습니다.

◆ 정유정> 네, 한번 봐주세요. 작가의 임무라는 게 저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작가가 한 발 앞서서 세상의 어떤 변화하는 징후 내지는 좋지 않은 불길한 징후를 읽어내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세상 밖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 저는 소설의 역할이고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들을 자꾸 드러내서 보여드리는 거고 사실 대중의 어떤 정서의 방향이 정해져 있는 부분은 별로 이야기하는 데 제가 끌리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착한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는 그런 것들이 끌리는 작가가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이런 어두운 부분들, 인간의 삶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들이 끌리기 때문에.

◇ 정관용> 그걸 이제 사회의 어떤 불길한 징후를 한발 앞서서 작가가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구현해낸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그게 불길한 징후가 아니라 지금 현실이 돼서 막 나타납니다.

◆ 정유정> 네.

◇ 정관용>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들이 전 세계에 막 나타나고 우리나라도 요즘 자꾸 늘어나고 있어요. 그 원인을 아세요, 그러면?

◆ 정유정> 원인 모르죠. 이런 현상이 있다라고 그래서 우리가 알아보는 거죠. 예전에 우리가 태풍이 불면 예전에는 고대시대에는 이게 신의 조화라고 생각을 하고 재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고 그랬잖아요. 두려워하고.

◇ 정관용> 그랬죠.

◆ 정유정> 그런데 살아가면서 우리가 왜 여름이 되면 이런 강한 바람이 불어서 사람은 이럴까. 왜라는 물음표를 붙여서 자꾸 그 부분을 들여다봤거든요, 연구를 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현대에 와서 우리는 이 태풍의 정체를 알게 되고 태풍에 대비하는 법을 알게 됐거든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악에 대해서도 인간들이 저는 누가 악인이다가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는 악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악한 부분들, 어두운 부분들이요.

◇ 정관용> 본성 속에 있다.

◆ 정유정> 네, 본성 속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외면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쓰거나 불편해하고 피하면 오히려 옛날에 태풍처럼 그런 어떤 신비주의적인 관점이 돼 버릴 수 있거든요. 왜라는 물음을 자꾸 붙여서 이걸 보게 되면 우리가 그걸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라든가 이런 이면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게 점화되거나 발현되지 않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애쓸 수 있는지 그런 백신의 효과도 있을 수 있고요.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뜯어보는 데 있어서 밝은 부분들은 이미 다 나와 있어요, 지상으로. 지하로 파고 들어가서 그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

◇ 정관용> 알겠습니다. ‘7년의 밤’, ‘28’ 그리고 이번에 ‘종의 기원’까지를 3부작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벌써 있더라고요.

◆ 정유정> 악의 3부작,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 정관용> 악의 3부작. 그것 의도하신 거예요, 처음부터?

◆ 정유정> 아닙니다.

◇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됐죠?

◆ 정유정> 제 생각에는 독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그런 소설이 3가지가 되다 보니까 더더군다나 이번이 결정판처럼 주인공이 돼서 나오다 보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다음 소설에서도 저는 악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 정관용> 또? 그러면 4부작, 이렇게 되는 겁니까?

◆ 정유정> 그건 아닌데 이 세상 살다 보면 악인이 없는 곳이 있나요? 그러니까 어떤 사회를 가든지 나쁜 사람은 있거든요. 그런 정도인 거죠. 본격적으로 사실 악인을 해부해 보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고요. 그 전에 오영제나 박동해, ‘28’, ‘7년의 밤’에서 나오는 악인들은 그들 중의 하나였던 것이죠.

◇ 정관용>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손에 한 번 딱 쥐면 못 놓습니다.

◆ 정유정> 고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못 놓게 되는 것이 스토리의 어떤 치밀한 배치, 이것도 있습니다만 한 장면, 장면의 묘사가 아주 철두철미하거든요. 제가 어디서 들으니까 어떤 그림까지 다 그려놓고 소설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려놓고 무엇을 어떻게 쓰시는 거예요?

◆ 정유정> 저는 소설을 쓰면 공간이 장악되지 않으면 소설을 못 써요. 공간이 먼저 장악되고 그다음에 공간에다가 인물을 배치하거든요. 그러니까 맨 먼저 하는 작업이 공간스케치 작업이에요. 그러니까 이 공간의 모델이 될 만한 곳을 찾아가서 사진도 찍고 지도도 가져오고 그리고 제 나름대로 제 가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 정관용> 영화 찍듯이 하시는 거네?

◆ 정유정> 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영화 시나리오 보면 그림 나와 있고 그러잖아요. 저도 좀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그림 다 그려놓고 공간에 대한 그림을 제일 많이 그려요.

◇ 정관용> 그렇게 하시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 정유정> 제가 굉장히 길치예요. 그래서 공간 감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림으로 이렇게 그려서 자꾸 제 머릿속에 습득하는 방법밖에 다른 게 없는 거예요. 제가 세대가 아날로그 세대라서 저는 초고를 사실 노트에다가 쓰거든요. 그거 책을 봐도 저는 필사를 하면서 보는 스타일이에요.

◇ 정관용> 컴퓨터 안 쓰세요?

◆ 정유정> 아니요. 컴퓨터는 써요. 그런데 초고 다음에 두번째 들어갈 때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데 초고는 제가 노트에다가 초고를 써요.

◇ 정관용> 그래요?

◆ 정유정> 네. 아날로그 시대라서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야지 장악이 돼요. 그러니까 그야말로 육체로 쓴다고 할까요? 그게 손에서 익어서 이 머릿속에서 장악이 되는 그게 있어서. 그림도 그려야 하고 글도 손으로 써야 하고 자료도 손으로 직접 다 필사를 해야 하고 좀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좀 고달픈 짓을 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독자들은 바로 그 때문에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영화 장면 보듯이 하나하나가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지거든요.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들로 이렇게. 영화로 만들기는 쉬울 것 같아요. 이미 ‘내 심장을 쏴라’가 영화로 됐고 ‘7년의 밤’도 곧 영화로 나온다면서요?

◆ 정유정> 네. 오늘 크랭크업 했고요.

◇ 정관용> 아, 촬영 끝났어요?

◆ 정유정> 네, 7개월 만에 끝났다고 해요, 장장. (웃음) 그랬고.

◇ 정관용> 시나리오작업에 혹시 참여하셨어요?

◆ 정유정> 아니요.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초고작업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제가 굉장히 사양하는 편이에요. 알아서 해라 하는 편이고. 제가 독자들이 시각적으로 느끼는 게 있다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설이 보통 두 가지 종류거든요.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서 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하나는 소설을 보고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있어요. 주지적으로.

◇ 정관용> 그렇죠.

◆ 정유정> 그리고 또 하나는 느끼게 하는 소설이 있거든요. 제 소설은 느끼게 하는 소설이에요. 그냥 생각보다도 읽으면서 체험하게 하는.

◇ 정관용> 감각적으로.

◆ 정유정> 네. 그렇게 하려면 독자를 그 세계에다 바로 가져다 놔야 돼요.

◇ 정관용> 맞아요.

◆ 정유정> 시체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고 시체를 품에 그냥 탁 안겨줘야 돼요. 그런 기법들을 사용하는 것이고요. 저는 제가 소설을 쓰는 방식은 바로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서 그런지 또 조금 껄끄러운 질문이 될지 모르지만 밤을 새워서 손을 놓지 못하고 읽는데 며칠 지나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이런 독자들도 있어요.

◆ 정유정> 기억 안 날 때쯤 한 번 더 읽으시면 영원히 잊지 않게 됩니다. (웃음)

◇ 정관용> (웃음) 어쩌다 소설은 쓰시게 되셨어요? 간호대학 나오시고 간호사 활동도 몇 년 하셨잖아요.

◆ 정유정> 네. 한 5년 했죠. 그리고 심사평가원에서 9년 있었고요. 직장생활 토탈 한 14년 했어요. 제가 조직의 일원이었는데요. 어느 날 조직을 박차고 나온 게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어릴 때 제가 시골 출신인데.

◇ 정관용> 전남 함평.

◆ 정유정> 함평. 제가 중학교 때까지 거기 살았는데 어릴 때 시골에는 5일장이 서잖아요. 그럼 천막극장에서 변사들 나와서 만담꾼들 나와서 옛날이야기 진짜 재미있게 하거든요. 그거 듣고 와서 동네 애들한테 그런 얘기해 주면 제가 만담꾼보다 더 잘한다고 애들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나는 커서 세상 사람들한테 내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줘야지. 이런 꿈이 있었어요.

◇ 정관용>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었군요.

◆ 정유정> 네. 그리고 학교 다닐 때도 꽤 나름대로 학교 대표 글쓰기 선수로 나가서 상 타오고 그런 것 하는 것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지없이 제가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엄마가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엄마가 의대를 가기를 원했고요. 공부를 못 해서 의대를 못 가고 간호대학을 갔습니다. (웃음)

◇ 정관용> 14년 직장 다니다가.

◆ 정유정> 네. 그리고 결혼을 할 때 남편한테 집 사면 나는 그만 두고.

◇ 정관용> 글 쓰겠다.

◆ 정유정> 네. 전업할 거다. 그랬더니 결혼할 때 남자들 다 그렇잖아요. 하늘에 별도 따다 주니까. 진짜로 집 사고 그만 둔다고 그러니까 반대는 안 했는데 얼굴이 멍하더라고요. 아무튼 그로부터 6년 정도 습작 기간 남편이 굉장히 뒷바라지 잘해줬어요.

◇ 정관용>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입니까?

◆ 정유정> 우리나라 작가는 천명관 작가 제일 좋아해요. 외국 작가는.

◇ 정관용> 좀 비슷한 데가 있어요.

◆ 정유정>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 정관용> 작품에.

◆ 정유정> 저는 못 따라가는 분이고요, 그분을.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라고 생각하고.

◇ 정관용> 천명관 작가하고 나이는 거의 비슷하지 않나요?

◆ 정유정> 네, 저보다 두 살 더 많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어떤 점이 그렇게 도저히 못 따라간다고 생각하세요?

◆ 정유정> 타고난 이야기꾼이에요.

◇ 정관용> 아니, 정유정 작가도 그 이야기의 힘이 엄청난데.

◆ 정유정>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데 그분이 굉장히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이야기를 읽으면 막 신명이 나고 이야기 자체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도착해 있고 이런 것들이 너무 좋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외국 작가 중에서는 스티븐 킹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굉장히 좋아하고요.

◇ 정관용> 천명관 작가의 ‘고래’라는 작품도 굉장히 방대한 스케일로 쭉 가는데 뒤가 좀 약하다. 이런 평을 들었지 않습니까?


◆ 정유정> (웃음)

◇ 정관용> 그런데 그 후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고령화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런 것들을 보면 상당히 유머와 위트 이런 것들이 막 들어가잖아요. 정유정 작가도 악만 그리지 말고 거기에 뭔가 그런 게 섞이면 훨씬 버라이어티한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 정유정> 그런데 읽어보시면 군데군데 유머가 숨어 있습니다. 숨어 있는데 제가 화장실 유머도 굉장히 잘하거든요. 진짜로 그런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그런데 이게 이야기가 세다고 해야 하나? 여기 이 분위기 때문에 그게 잘 안 읽힌다고 그래요. 그런데 읽어보세요. 그 중간중간에 문장에 다 숨어 있어요. 저 굉장히 화장실 유머 좋아하거든요, 저질유머.

◇ 정관용> 잘 못 찾았는데.

◆ 정유정> 찾아보세요. 있습니다.

◇ 정관용> 읽는 동안 계속 소름이 돋아서 내지는 ‘아, 이게 그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되지? 어떻게 되지? 그럼 누가 범인이지?’ 이런 게 궁금해지니까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되지 유머 찾기가 안 되더라고요.

◆ 정유정> 있습니다. ‘내 심장을 쏴라’ 같은 경우 굉장히 블랙유머가 있고 그런데.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유정 작가의 유머 찾기. 이걸 우리가 숙제로 한 번 하고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 정유정> 하나 찾아오시면 제가 100원 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어디선가 개인의 악을 그렸는데 이제는 사회적 악을 그리고 싶다, 이런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요. 어떤 겁니까, 그게?

◆ 정유정> 아니, 그건 아니고요. 더 또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쓰겠느냐고 물어서 저는 사실 인간의 내면에서 악이 점화되고 발현되고 이런 것에 관심이 있고 내면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있지, 이 악인의 전성기 내지는 영웅적 활동기 이거에는 아무 관심이 없거든요. 이 사람이 누가 뭘 하고 다니고 이런 것보다는.

◇ 정관용> 사회적인 맥락보다는 개인적인 맥락?

◆ 정유정>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스릴러에서 사이코패스들이 무엇을 하고 다니고 무엇을 하고 다니고 이런 살인행각보다 이 사람의 내면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마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런 류의 이야기는 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다음 소설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고 물었을 때 다음 소설이 사실 재난소설이 될 것 같거든요.

◇ 정관용> 재난.

◆ 정유정> 네. 재난 스릴러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러다 보면 사회적인 우리가 생각하는.

◇ 정관용> 자연재해를 말하는 거예요?

◆ 정유정> 아닙니다.

◇ 정관용>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유정>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관용> 작가 정유정 씨를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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