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일정 취소… 정진석의 '돌변' 스케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제주 ICC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을 마친뒤 퇴장하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제공)
'원내대표 당선자 10:20 제1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제주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

새누리당이 지난 25일 '당직자 일정'을 통해 언론에 알린 정진석 원내대표의 26일 일정이다.

제주포럼은 25일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국내 첫 공식 일정으로 참석한 행사다. 반 총장은 그 직전에 중견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의향을 시사했다.

정 원내대표는 25일 제주포럼 환영 만찬에 이어 26일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개회식을 불과 9분여 앞둔 이날 오전 10시 11분쯤 '정 원내대표 참석 일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갑작스러운 일정 취소에 대해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26일 오후 2시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제주포럼은 정 원내대표가 최근 일련의 당내 분란사태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고집했던 행사다.

경위는 이렇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과 논의된 '당 정상화 방안'이 '밀실합의' '구태정치' 비판이 일자 하루 만인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때는 제주포럼 환영 만찬 참석을 위해 제주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이에 기자들이 3자간 '합의'가 오히려 역풍을 일으키며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와중에 제주포럼에 가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 물었다. 너무 안일한 상황 인식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예전부터 약속한 자리라 갈 수밖에 없다"며 제주행을 강행했고, 만찬 자리에선 같은 충청 출신 반기문 총장과 친밀함을 과시하듯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서 "산적한 당내 문제 등이 있는데 제주도에 내려가 반기문 총장과 귓속말 하는 모양이 안 좋더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빈정거림까지 감수하고 강행한 제주 일정이 돌연 취소된 것이다.

손바닥 뒤집는 듯한 정 원내대표의 가벼운 처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3일 밤에는 다음날 아침 예정된 원내대책회의가 갑자기 취소됐다. 당일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끝난 후 원내대표단끼리 저녁식사를 하면서 충분히 얘기를 나눴기 때문이라는 게 정 원내대표 측 설명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22일에도 이날 오후 3시에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했다가 예정 시각 6분 전에 취소를 통보해 빈축을 샀다.

총선 참패의 충격에 당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이유도 있지만, 정 원내대표부터가 오락가락 행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