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퇴임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새누리당 탈당'을 언급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긴 했지만 탈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 왜 새누리당 탈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가질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의장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당적을 회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에는 (제20조의2(의장의 당적보유금지)에는 ①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그 직에 있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②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당적을 이탈한 의장이 그 임기를 만료한 때에는 당적을 이탈할 당시의 소속정당으로 복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 의장은 국회의장 선출과 동시에 새누리당을 탈당한게 아니라 당적을 이탈했고 오는 29일로 국회의장 임기가 만료되면 당적을 이탈할 당시의 소속정당인 새누리당으로 복귀되는 것이다. 그래서 별도로 복당의 절차를 밟는게 아니고 자동적으로 당적이 복원되는 것이다.
= 그렇다. 29일까지는 국회의장 임기니까 그후 자동으로 당적을 회복하더라도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 의장은 "제 거취는 새누리당이 정말 대오각성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당으로 (가지 않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 보수, 어렵게 사는 국민들을 위한 따뜻한 보수를 하지 못하는 그런 보수로 계속해서 인식된다면 자동입당 된다 해도 탈당할 수 있을 것이다. 탈당의 시기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대오각성 하지않는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지만 정 의장의 이 발언은 새누리당 당적회복 후 자진탈당의 수순을 밟기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의화 의장의 이런 발언은 탈당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면서 "탈당의 명분을 축적하고 그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도 "새누리당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데 그걸 전제조건으로 하는건 탈당하겠다는 선언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정 의장은) 자동복당 되기 때문에 탈당하는 건 기정사실화 돼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탈당의 시기는 6월이나 7월쯤 필요한 시기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 때도 복당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를 복기해보면 정 원내대표가 취임 인사차 정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장님, (새누리당에) 입당 안 하시느냐?"고 물었고, 정 의장은 갑작스러운 권유에 "원내대표가 훌륭한 분이 됐으니 다시한번 재고를 해봐야겠다"는 덕담으로 받았다.
정 원내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오셔야 한다"고 재차 권유하자 정 의장은 "내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서 정치를 떠나서 나라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보려 한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새누리당에 복당하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내가 아직 화가 안 풀렸다"고 답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러차례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왔다. 4.13 공천문제로 시끄럽던 지난 3월 24일 몇몇 기자들과 저녁자리에서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을 조선시대 '사화'에 비유하면서 "이미 사당화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생각이 사라졌다",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왜 탈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까?
=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퇴임기자회견에서 "저는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중심의 정치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 그렇다.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창립기념식이 오늘(26일) 오후 4시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이 싱크탱크의 원장을 맡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중도성향을 띤 정계·학계 인사가 고문으로 위촉됐다.
새누리당 정두언 정병국 길정우 의원, 무소속 조해진·권은희 의원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 정 의장과 평소 가깝게 지낸 인사 100여 명이 창립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창립기념식 초청장에서 "정치혁신과 국가개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과 행동을 구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정 의장의 대권가도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정 의장은 '새 한국의 비전'이 대선출마를 위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志不可滿)'이란 말로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지불가만'은 마음속에 바라는 바를 남김없이 채워서는 안 된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라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한다.
최창렬 교수는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정 의장이 직접 대선에 나서기보다는 '킹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그 과정에서 직접 대선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준 사무총장은 "정 의장이 합리적인 보수세력이나 중도세력을 중심으로 세력화 하겠지만 대선출마의 깃발을 직접 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연스럽게 정 의장을 추대하거나 필요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마다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치권에서는 '대선출정선언문'을 보는 것 같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는 박근혜 정권과는 함께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지난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명확하다.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라면서 "구태의연한 이념적 색안경으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내 편이 아니라며 배척하며,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한심한 정치를 그냥 둘 수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아직도 권위주의 시절에 살고 있는 정치권 일부와 구시대적 행정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공직사회의 인식부터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고며 "협치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은 듣기에 따라서는 청와대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단 정의화 의장이 제3지대에서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들과 중도세력을 통합해서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정 의장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아이'라며 신당 창당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제3지대는 신당의 모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신당이 창당되면 국민의당과 함께 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상돈 최고위원이 정 의장에 대해 러브콜을 보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5일 언론인터뷰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대해 "중도세력 결집체인 국민의당이 좋다. (두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낸다"고며 "정 의장이나 손 전 고문 같은 분이 중도세력을 엮어서 우리 국민의당으로 오면 훨씬 더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지난 20일 언론인터뷰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을 향해 "대한민국 정치를 확 바꾸는데 우리 당과 같은 방향을 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함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의화 의장도 손학규 전 대표 등과의 규합 가능성에 대해 "손 전 대표는 같은 당에 있을 때도 친했고, 아주 훌륭한 선배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했고, 유승민 의원과도 독대를 했다.
정치평론가들도 국민의당과 정의화 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세력이 합칠 경우 파괴력 있는 중도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고, 정계개편이 큰 힘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을 중심으로 하는 당으로 그리고 정의화 의장과 유승민 의원, 새누리당 비박계를 축으로 하는 신당과 국민의당이 함께하거나 각각 다른 당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발의로 19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상시청문회법')을 두고 "20대 국회의 예고편이자, 정계개편의 시금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앞으로 정치권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