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의 구조조정과 여신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TX조선은 지난 2013년 4월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섰다 경영난이 악화돼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이후 4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2013년 1조5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자본 잠식 상태를 면치 못했다.
자금지원에도 불구 경영은 호전되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4천억 원을 추가 지원하며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만드는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채권단 중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했다. 조선업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중심이 돼 내놓은 구조조정안은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채권단에는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산업은행(48%), 수출입은행(21%), 농협(18%) 등 국책·특수은행만 남게 됐다.
그러나 조선업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자 정부가 신속한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고 채권단은 실사작업을 다시 벌여, 이를 토대로 결국 법정관리행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5조9천억원에 이르는 STX조선의 부실은 국책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STX의 부실 규모를 키워 채권단 손실이 커진데는 정치논리의 득세와 함께 국책은행의 도적적 해이가 원인이었다.
조선업종의 구조적 불황으로 생존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규모가 크고, 부실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지속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정치논리에 압도돼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채권은행과 부실기업이 합의하는 방식인 자율협약을 채택한 것도 패착이었다. 자율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어 투명성과 책임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 결과 기업회생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회생에 실패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채권은행은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파장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관리 책임이 있는 국책은행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는 틈을 타 시간만 끌다가 결국 구조조정은 실패하고 부실만 더 키운 셈이다.
이에 따라 4조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한 국책은행 등 채권단과 이를 관리·감독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