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재호가 바라본 '두산 1위 질주의 원동력'

'전, 현 주장의 세리머니' 두산 김재호(52번)와 오재원(뒤)이 25일 케이티와 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뒤 김태형 감독 등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두산 베어스)
곰 군단 두산의 질주가 거침이 없다. 지난해 우승팀으로 올해도 대권 후보라는 점은 예상됐지만 이 정도로 잘 하리라는 예측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올 시즌 1강으로 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2위 NC에 6.5경기 차 앞선 넉넉한 1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은 25일 잠실에서 열린 케이티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13-10 승리를 거뒀다. 최근 2연승과 함께 10경기에서 9승을 거두는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케이티 에이스 슈가 레이 마리몬을 두들기면서 낙승을 거뒀다. 개막 8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ERA) 3.91의 수준급 투구를 펼쳤던 마리몬은 이날 2이닝 동안 무려 10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과연 두산의 고공 비행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자 팀 주장 김재호(31)에게 비결을 들어봤다.

▲"3할 타율에도 컨디션 아직, 혹은 제일 못 한다"

김재호는 이날 1-2로 뒤진 2회 2사 1, 3루에서 케이티 마리몬에게 결승타를 뽑아냈다. 중견수 키를 넘는 2타점 2루타로 3-2 역전을 이끌었다. 이날 중견수 희생타와 볼넷까지 1타수 1안타 3타점 2득점의 만점 활약이었다.

올 시즌 김재호는 타율 3할1푼7리 2홈런 29타점 25득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이 4할2푼에 이른다. 김재호의 타순은 9번, 어지간한 팀의 중심 타선이라고 해도 어울릴 성적이다.

이런 김재호가 9번을 맡는다는 게 두산의 힘이다. 두산은 팀 타율이 무려 3할1푼3리나 된다. 규정 타석이 부족하나 팀내 타율 1위(4할2푼9리) 조수행이 백업이다. 이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은 최근 벤치 멤버다. 타율 3할9푼4리의 오재일과 3할6푼8리에 홈런 1위(14개) 김재환 등이 주전급 활약을 펼치는 까닭이다.

'이게 바로 주장의 힘' 두산 김재호가 25일 케이티와 홈 경기에서 2회 2타점 역전 결승 2루타를 터뜨리고 있다.(잠실=두산)
이런 가운데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인 김재호의 타율이 3할을 훌쩍 넘고 있다. 그런데도 김재호는 "잘 치는 것은 모르겠고 많이 살아나가서 타격 페이스가 좋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맞는다는 자신감은 아직 이르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두터운 선수층은 말하지 않아도 두산의 힘이다. 이날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한 박건우도 "내가 9명 타자 중 가장 못한다"면서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우도 올 시즌 3할1푼9리 타율에 4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이다.

겸손하지만 자신감은 분명하다. 김재호는 "상위 타선이 안 되면 하위 타선이 터지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면서 "아무래도 상대 투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아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건우도 "오늘도 마리몬의 공이 좋았는데 스스로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민병헌(타율 3할7푼6리), 양의지(3할5푼5리) 등이 중심 타선에서 대기하고 있다.

▲"투수가 버텨줘야 살 맛 난다"

하지만 주장이 꼽은 상승세 원동력은 따로 있다. 바로 선발진의 안정이다. 지난 2004년 입단 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강력한 선발진이 올 시즌 두산 질주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김재호는 1위의 원동력에 대해 "사실 그동안 선발이 한번도 안정적인 적이 없어 연승이 끊기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1~4선발까지는 안정적으로 가는 게 연승을 달리는 가장 큰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두산은 다승 2위 안에 3명이 포진해 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7승2패)가 1위를 달리고 마이클 보우덴(1패)과 장원준(2패)이 6승으로 공동 2위다. 그 다음 순위인 공동 7위가 유희관(5승 무패)이다. 이 4명이 두산의 31승 중 24승을 챙겼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발승이다. 5선발이 조금 불안하지만 이는 10개 구단 공통 사항이다.

'재호야, 걱정 마라' 두산 좌완 장원준이 25일 케이티와 홈 경기에서 역동적인 동작으로 투구하는 모습.(잠실=두산)
김재호는 "원래 공격력은 항상 좋다고 평가를 받아왔고 투수들이 조금만 더 버텨주면 하는 바람이 매년 있었다"면서 "그 전에는 마운드가 안 돼서 상위권에서 조금 떨어지는 결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해는 선발이 워낙 좋아서 8회까지 가면 정재훈, 이현승 형 막아준다는 확신이 있어서 조금 더 강팀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타선에 마운드까지 안정되니 당할 자가 없다. 이기니까 즐거울 수밖에 없다. 김재호는 "경기를 즐겁게 하다 보면 주장에 대한 부담도 자연적으로 좋게, 긍정적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팀이 잘 나가고 있어 주장 부담도 없다"고 웃었다.

더 궁극적인 목표는 야구라는 스포츠 본연의 재미다. 김재호는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처럼 즐겁게 경기하면 좋겠다"면서 "1경기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야구를 너무 좋아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오래 가려고 하면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전에는 억지로 했고, 후배들을 봐도 억지로 끌려가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야구를 느끼고 재미를 찾아가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고로 열심히 하는 사람도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고 했다. 즐기되 긴장을 잃지 않는 주장이 이끄는 두산은 어지간하면 지기 어려운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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