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관련 발언에 미묘한 변화

강한부정→회피→가능성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권으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내년 1월 1일 이후 역할을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국가나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가 국가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쟁, 계파 지역분열을 누군가가 없애야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생각이 없다면 임기가 남은 것과 관계없이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1월에 결정한다는 발언 자체가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기가 7개월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선출마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반 총장이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를 수용한 것도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언론의 최대 관심사인 대권도전과 관련한 질문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이를 피하지 않은 것이다.

반 총장은 과거에도 언론인 단체로부터 여러차례 회견 요청이 있었지만 이를 피했었다.

그동안 대선 출마와 관련한 반총장의 태도와 발언과 비교해도 분명히 대선출마쪽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 총장은 지난 2009년 처음 제기된 대권설에 대해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사무총장으로서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재선이 더 시급한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정치와는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던 것은 분명하다.

지난 2014년 국내에서 반 총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유엔 사무총장실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내용의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하게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던 반 총장이 사무총장 임기 말이 되면서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4년 말부터는 대선 출마에 대한 답변을 아예 회피하기 시작해 반 총장이 대선출마를 놓고 특유의 '간 보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는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내년(퇴임 뒤)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사무총장으로서 임기가 아직 7개월 남았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그동안보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직은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 총장이 남은 7개월의 임기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자신의 거취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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