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케이티는 상대 에이스 마이클 보우덴 공략에 성공했다. 6회만 대거 4점을 뽑아내며 5-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리그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1.80)을 기록 중이던 보우덴을 무너뜨린 케이티는 승기를 먼저 잡았다.
하지만 두산의 뒷심은 무서웠다. 7회말 대거 5점을 집중시키며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케이티는 필승조 조무근, 고영표를 내고도 4점을 내주는 등 5-8 역전패를 안아야 했다.
조 감독은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누가 하나 빠지더라도 티가 나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두산의 선두 질주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와 1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주포 김현수(볼티모어)가 빠졌지만 김재환, 박건우 등이 맹타를 휘두르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이 주전에서 밀려 벤치에 머물러 있을 정도다.
이날도 두산은 주전 2루수 오재원이 전날 주루 중 왼 허벅지 통증으로 빠졌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 백업 내야수 최주환이 나섰다. 케이티 관계자는 "두산 타격 훈련을 보면 대부분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다"면서 "벤치 멤버 최주환조차 넘기더라"고 귀띔했다.
과연 두산의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어느 하나 쉬어갈 틈이 없는 불곰 타선은 에이스를 투입한 케이티를 쉼없이 두들겼다. 김태형 감독의 예상조차 뛰어넘은 강력함이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요즘 그래도 잘 맞고 있기 때문에 타선이 7점 정도는 뽑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고 말한 바 있다.
▲2회 대거 6득점, 3회는 운까지 따라
기선은 케이티가 먼저 제압했다. 1회말 두산 선발 장원준의 난조 속에 2점을 먼저 냈다. 케이티는 1번 이대형의 좌선상 2루타와 오정복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박기혁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2-0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두산은 전날처럼 차고 넘치게 반격했다. 2회 1사 만루에서 허경민의 깊숙한 유격수 땅볼로 1점을 만회한 뒤 2사 1, 3루에서 김재호가 케이티 선발 슈가 레이 마리몬을 중월 2타점 역전 2루타로 두들겼다.
3-2로 승부를 뒤집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박건우, 최주환, 민병헌의 3연속 적시타로 3점을 더 추가했다. 2사에서만 5점을 뽑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오재원을 대신한 최주환은 2회 벌써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로 슈퍼 백업의 가치를 입증했다.
잘 되는 집은 운도 따르는 법이다. 6-3으로 앞선 두산은 3회 수비에서 두산은 2사 만루, 추격을 허용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케이티 김종민의 잘 맞은 타구가 두산 선발 장원준의 몸을 맞고 2루수 정면으로 흘러 땅볼로 아웃됐다. 김종민은 앞서 1회도 1루 직선타로 물러났다.
3회말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무사 1루에서 닉 에반스가 평범한 뜬공을 쳤지만 상대 중견수, 좌익수가 타구 궤적을 놓쳐 행운의 안타가 됐다. 후속 김재환의 타구도 빗맞았지만 절묘하게 좌선상에 떨어져 적시타가 됐다. 허경민은 좌중간 싹쓸이 2타점 3루타로 점수 차를 9-2까지 벌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올 시즌 5승(1패)으로 팀 에이스로 활약한 마리몬은 강판했고, 후속 김재호의 희생타까지 나와 2이닝 동안 자책점이 10개로 늘어났다. 4회도 두산은 오재일의 행운이 깃든 유격수 내야 안타 등으로 1점을 보탰다. 5회 박건우의 시즌 4호 2점 홈런까지 터져 13-2까지 앞서갔다.
두산은 8회만 박경수의 3점 홈런 등 7점을 내주는 불펜진 난조로 13-10까지 쫓겼지만 31승째(12패1무)를 거두고 단독 1위를 굳게 지켰다. 장원준은 이날 6이닝 4탈삼진 5볼넷 6피안타 2실점, 6승째(2패)를 따냈다. 마무리 이현승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12세이브째를 거뒀다.
케이티는 막판 불꽃 추격을 했지만 워낙 초반 화력 싸움에서 밀린 게 아쉬웠다. 상대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는 두산의 막강 화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