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첼로의 선율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판소리의 구성진 목소리와 첼로의 두터운 선율의 만남은 왠지 어울림이 느껴진다. 첼로의 선율은 인간의 목소리와 닮은 듯하여 판소리의 맛을 가슴 깊숙이 전달하는 잔잔한 파문이 될 것 같다.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와 첼리스트 정명화의 선율이 한무대에서 협연으로 펼쳐진다. 여름 휴가 끝자락인 8월 중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에서 이 멋진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시원한 강원도 마을에서 국악과 서양음악이 어우러진 마을 잔치마당에 합류해 막걸리를 마시며 예술과 시골 정취에 취해보면 어떨까.
첼리스트 정명화는 판소리와 협연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표시했다. "판소리에 깊이 감동했다. 첼로가 제일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판소리가 그렇더라. 예전에 장고 등 국악과 클래식 협연을 시도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이번 클래식 향연에 안숙선 명창과 협연을 한다. 이를 위해 새로 곡을 만들고 있다." 정씨는 이어 "정선의 계촌중 오케스트라 학생들을 한국에술종합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한다. 올림픽 개막 때 공연할 계획인데, 한 해가 다르게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며 기대에 차있다. 그는 "계촌 마을이 클래식 마을로 변모하는 중이다. 오랜 시간 꿈꾸왔던 클래식 대중화가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숙선 명창은 첼로와 협연에 대해 안성맞춤 제안이라고 호응했다. "그동안 대중들이 판소리를 그렇게 많이 듣지 않고 , 판소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판소리가 첼로와 맞고, 성음도 판소리와 잘 맞아 좋은 작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판소리가심금을 울리는 첼로와 만나 잘 표현되길 바란다."
작곡가인 임준희 한예종 교수가 판소리와 첼로 협연을 위한 작곡 창작을 맡았다. 안숙선과 정명화의 협연을 위한 새 창작곡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 판소리, 첼로, 피아노를 위한 세개의 사랑가로 구성된다. 사랑가를 모티브로 세 개의 악장으로 이뤄진다. 수백년 전통의 첼로 판소리 만남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 정명화의 첼로를 계속 들으며 성악적 선율 느꼈다. 안숙선의 우리 전통 성악을 들으며 곡을 잘 쓰면 되겠다고 용기를 냈다.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교수는 이어 "1악장은 '사랑 내사랑이야'를 모티브로 한다. 첼로는 노래하듯이 긴 선율로 표현하고, 춘향과 몽룡의 정취를 대화하듯이 드러낸다. 2악장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를 다루며 해학적 정취 나누는 악장이다. 3악장은 두 남녀의 깊은 정이 오래 지속되도록 '사랑 사랑 내사랑이야'를 역동적 가락으로 표현했다." 임교수는 " 첼로는 가야금 농염한 가락을 닮았다. 이 협연은 한국의 멋과 세련됨을 뽐내게 될 것이다"고 흥겨워했다.
'국악 마을'로 선정된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에서는 오는 6월 17일(금)-6월 19일(일)까지제2회 비전국악거리축제가 열린다. '클래식 마을로 선정된 강원도 평창군 계촌마을에서는 오는 8월 19일(금)-8월 21일(일)까지 계촌클래식 거리축제가 열린다.
남원의 비전국악거리축제는 ‘국악, 동편제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판소리 명창 안숙선, 채수정, 피리 명인 곽태규, 철현금 명인 유경화, 소리꾼 이자람을 비롯하여 앙상블 시나위, 청배연희단, The 광대, 천하제일탈공작소,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절대歌인, 남원시립농악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안숙선 명창은 "남원 지리산 둘레길에 자리한 이 마을에서 국악을 사랑하는 마을주민들과 6월 축제를 벌인다. 이번 축제를 어떻게 선보이게 될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창의 계촌클래식 거리축제는 ‘클래식, 계촌 마을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첼리스트 박상민, 신나는 섬, 킹스턴 루디스카, 온드림 앙상블, 계촌별빛 오케스트라, 계촌중학교 오케스트라, 한경필하모닉을 비롯하여 음악극, 음악다방, 거리음악대, 골목연주 등 다양한 공연과 출연진이 출연할 예정이다. 두 거리축제는 공연뿐 아니라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먹거리, 전시 부스 등의 풍부한 볼거리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해엔 '클래식 마을'행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까? 작년 계촌 클래식 행사 기간 동안 첫날 1000명, 둘째날 1500명, 셋째날은 비가 왔음에도 400명이 찾았다고 한다. 메르스 여파 홍보기간이 1주일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꽤 많이 찾은 셈이다. 고향이 강원도인 동호회 회원들, 부부 동반 8명은 연고 없는데도 2박 3일동안 머물렀다. 원주, 강릉, 서울, 경기 등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찾아왔다. 특히 음악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한편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여 설립한 재단으로 인재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유영학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은 "이 프로젝트는 문화 소외지역에 판소리와 클래식 등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문화와 지역 발전을 꾀하는 3가지 취지에서 시작했다. 2년차인 올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국창 계촌마을 축제 위원장의 평가를 들어보자. "정선군 계촌리는 주민 490명이 매년 농사만 짓던 작은 마을인데 클래식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농촌에서 과연 클랙식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너무 멋진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의 토대를 마련했다. 폐교 위기에서 살아났고, 기반시설도 늘었다. 정선군청과 재경부가 클래식 공원 건설에 합의해 공사가 진행중이다. 야외무대 설치가 내년 8월에 마무리된다. 그리고 가로등을 악기모양 특수 제작해 설치하고, 스피커를 악기 모양으로 만드는 2억 행정안전부 공모가 진행중이다. 마을 벽화 그리기 공모도 진행중이다.주민들이 농사만 짓다가 우리 마을도 발전할 수 있다고 의식이 바뀌었다."
이정익 다큐 제작 감독은 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에 기록영화로 담는다. 이 감독의 얘기이다.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아이들이 예쁘고 순수하다고 느꼈다. 35명의 단원들은 서로 굉장히 배려하고,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작은 말다툼은 있지만 큰 싸움 없고, 따돌림이 없다고 학교선생님으부터 들었다. 이게 음악 교육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굉장히 놀랐다.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은 초보자를 지도한다. 스로로 해나간다. 계촌에는 도시에서 온 아이도 있고, 산골짜기 아이도 있다. 음악을 통해 융화하고 성숙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담아내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