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화웨이 '도발' 삼성 소송, 마케팅 노림수인가? 자신감인가?

특허소송에 삼성전자 '맞소송' 정면 대응 시사

중국 화웨이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짝퉁' 화웨이의 '도발'로 치부하며 마케팅을 위한 노림수로 보고 있다. 특허 소송을 제기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소송을 할 수도 있다"면서 정면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화웨이가 2년 연속 글로벌 특허 신청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글로벌 특허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 中 화웨이의 도발? 특허소송에 삼성전자 '맞소송' 정면 대응

화웨이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 4세대(4G) 통신 표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화웨이 측은 "삼성 휴대폰이 자사가 보유한 4G 이동통신 기술, 운영체제, 사용자인터페이스(UI) SW 특허 등을 11건을 침해했다"면서 "삼성과 그 계열사들이 화웨이 기술을 이용하는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며 삼성에 현금 배상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웨이의 소송을 두고, 과거 삼성전자와의 애플의 소송을 떠올린다. 실제 손해배상 목적이라기보다는 글로벌 기업과의 소송을 통해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화웨이가 중국 대륙을 발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애플과 삼성보다 뒤쳐진데다, 여전히 '짝퉁'이라는 이미지를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소송을 통해, 삼성과 애플같은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할 기술력을 가졌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겠다는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글로벌 강자인 삼성이 화웨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전 세계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화웨이 가치를 끌어올리려, 화웨이가 고전하는 미국에서 삼성을 견제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삼성전자와의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화웨이는 애플, 퀄컴,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는 이 같은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에릭슨, 구글, 노키아, 시스코 등과 해당 계약을 맺고 있다. 화웨이는 에릭슨에 고가의 로열티를 제공하며 무선통신 특허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화웨이가 이날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면허협정에 서명해 화웨이와 함께 산업 발전에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목적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삼성 특허를 공유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이미 통신 관련 다수의 특허를 획득한 삼성과 기술 협력을 맺는 것도 화웨이에게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 中 달라진 위상? 화웨이, 2년 연속 특허 1위…글로벌 특허전쟁 신호탄일수도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은 세계 스마트폰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없이 특허 소송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허 신청 건수와 연구개발 투자 등 객관적 상황을 살펴 보면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함께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 집계에 따르면 특히 화웨이는 재작년에 3442건, 작년에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으로 특허신청 1위를 차지했다. 총 3898건으로 전년대비 456건 더 많은 특허를 신청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특허신청 2∼5위는 미국의 퀄컴(2442건), 중국의 ZTE(2155건), 한국의 삼성(1683건), 일본의 미츠비시 전기(1593건)였다.

화웨이는 매출의 약 7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비용은 92억달러(10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애플, 구글, 삼성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경쟁력만 앞세운 중국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기술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5G 등 차세대 통신기술도 다수 확보한 만큼 글로벌 특허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5G 핵심기술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관련 세계 특허출원 1위가 화웨이"라면서 "스마트폰 외에도 무선 통신장비,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등 ICT 전반적인 부분에서 특허 침해로 인한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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