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덕호 (일본 교민)
어제 일본에서 혐한 시위 억제법이란 것이 제정됐습니다. 그러니까 혐한시위를 하지 말라고 일본의 국회에서 법으로 만든 거죠. 참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금지법까지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현지로 가보겠습니다. 도쿄에 사는 교민이세요. 김덕호 씨 연결을 해 보죠. 김덕호 씨, 안녕하세요?
◆ 김덕호>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본에 사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덕호> 네. 올해로 33년 됐습니다.
◇ 김현정> 33년이요. 그런데 어제 혐한 시위 억제법, 정확히는 증오 연설이라고 하죠, 헤이트스피치를 억제하는 법. 이게 제정이 됐다고요?
◆ 김덕호> 네. 혐한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을 권고하는 법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과 신체, 명예를 위해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라.’ 이렇게 정의가 되어 있네요.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 이런 식으로요. 누가 나서서 추진한 거죠?
◆ 김덕호> 반한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반대하는 일본 단체가 있습니다. 서명운동이 제가 알기로는 10만 명이 넘게 서명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저희 동네로 국회의원들이 시찰을 오시고 많은 의견을 듣고, 또 정부 차원에서도 조치를 굉장히 취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제부터는 만약 혐한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처벌받는 거예요?
◆ 김덕호> 처벌은 전혀 없어요. 이것은 그러지 말라는 권고에 불과한 거죠. 그리고 저희들같이 생존이 걸려 있는 사람들한텐 이런 법은 유명무실한 거고요. 정말로 일본 정부측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저희들한테 해 주는 것뿐이죠.
◇ 김현정> 이런 걸로 되겠느냐? 이런 분위기네요?
◆ 김덕호> 쑥대밭으로 만들고, 메뚜기떼가 논밭을 싹 쓸고 겨울이 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요. 어떤 법이 제정된다손치더라도 원상 복귀되기는 아직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메뚜기 떼가 이미 밭을 다 쓸고 갔다.’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그렇게 혐한 분위기가 심각합니까?
◆ 김덕호> 그때 당시에는 일본 전체가, 우리나라의 전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한 시점과 천황에 대한 발언이 있었죠. 일왕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발언이 있었던 직후에, 일본 우익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그것에 대해서 항의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자기네들의 정신적인 지주인 천황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 김현정> ‘어디 감히 우리 천황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느냐.’ 이런 식으로요?
◆ 김덕호> '일개국의 대통령이 어디 감히 우리 천황한테 이런 건방진 말을 할 수 있냐'라고 일본전체가 일어났습니다.
◇ 김현정> 그때였군요?
◆ 김덕호> 그때부터 급물살을 타고 혐한시위가 시작되기 시작한 겁니다.
◇ 김현정> 400명, 500명가량의 시위대가 매주 일요일에 그 동네에 와서 이른바 헤이트스피치라고 하는 증오연설도 막 하고 그랬다면서요?
◆ 김덕호> 시위데모요.
◇ 김현정> 뭐라고 하면서 데모를 하던가요?
◆ 김덕호> 일본말로 ‘한국 사람 죽여라.’ 그것도 ‘밟아 죽여라’ 이런 식이예요. 태극기를 자동차 트렁크에다가 묶어서 땅에 질질 끌면서 가는 걸 일본 경찰이 호위하고 있었어요.
◆ 김덕호> 대한민국의 국기인데, 그 사람들이 땅에 끌고 가면 저지시켜야 할 경찰들이 그것을 호위를 했어요. 울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 김현정> 참 별일이 다 많았네요.
◆ 김덕호> 태극기에 3,4,5,6 건곤감리가 있잖아요. 그걸 갖다가 바퀴벌레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올려놓았고요. 그 가운데 음양에다가는 싸놓은 똥을 갖다가 거기다 올려놓고 그런 모욕을 했습니다. 거기에다 ‘한국 사람 죽어라, 조센진 죽어라.’ 이렇게 써놨었죠.
◇ 김현정> 그게 MB정부 말기의 얘기인데 지금 시간이 흐르지 않았습니까? 몇 년 흘렀는데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게 없는 건가요? 혐한 분위기라는 것이요?
◆ 김덕호> 민간인이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정부 수뇌가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작년 말 한일 간에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지만 위안부 문제, 소녀상 문제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 김현정> 수뇌부들이 해결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밑에 혐한, 부글부글 한 건 여전히 있다는 말씀이세요?
◆ 김덕호> 그게 지금 잠재적으로 많이 깔려 있는데, 혐한 하는 시위대들은 꼬랑지를 낮추고 있죠. 왜냐하면 이런 분위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자기네들이 또 해 버리면, 반대하는 세력이 생길까봐 조금 몸 사리다가 또 나올 거라고요. 저희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SNS나 인터넷상으로, 젊은 세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크다고 볼 수 있어요.
◇ 김현정> SNS상에서 본 말 중에서 이거 정말 너무했다라는 말, 어떤 게 기억나세요?
◆ 김덕호>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예인 중에 재일교포 출신이 많은데요. '좋아할 필요가 없다. 조센진을 왜 좋아하느냐?' 그런 게 지금 인터넷상에 엄청 올라 있고 자기네들이 좋아했던 한류 스타들 자체도 '자기네들은 속았다. 이렇게 나쁜 사람인 줄도 몰랐는데 괜히 좋아했다'라는 글들이 지금 너무 많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요. 일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한일관계의 영향에 큰 지장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SNS를 중심으로 해서 그렇게 퍼져나가는 것들은 사실 10대한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문제인 거거든요.
◆ 김덕호> 10대들은 우리 한국을 보기에 바퀴벌레로 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참 들을 때마다 가슴이 덜컹덜컹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금지법까지 생긴 걸 보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일본 내의 세력들도 있는 거죠?
◆ 김덕호> 몇 명은 있겠지만 결국 이건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고,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생색내는 거에 불과하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법이 제정되고 그래서 더 이것에 반대하고 더 강력하게 혐한, 헤스트스피치를 할 수 있다고도 봐요.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에요.
◇ 김현정> 김 선생님 일본에 33년 사셨으면 1980년대부터 사신 건데요. 지금의 이 혐한 상황 보시면, 좀 기가 막히실 것 같은데요.
◆ 김덕호> 정부 차원에서도 작년 말에 소녀상 문제 이런 것 좀 더 강력하게 우리 자국민을 위해서, 일본 사회 재일동포의 인권과 권한을 갖다가 확실하게 보장해 달라고 확실하게 요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돼야지, 그냥 피해가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걱정이네요. 이거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 되겠네요. 오늘 소식 고맙습니다.
◆ 김덕호> 네.
◇ 김현정> 도쿄에 사는 교민입니다. 김덕호 씨 연결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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