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도 잠시…전주성이 흔들린다

가파른 성장 이끈 이철근 단장·최강희 감독 동반 퇴진 암시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왼쪽부터)은 최근 10년 가량 전북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주역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강희 감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다. 결국 그의 입에서는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 터져 나왔다.


지난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둔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북 스카우트 C씨가 지난 2013년 심판 매수를 위해 500만원을 사용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축구팬의 엄청난 분노가 쏟아졌지만 1만2811명의 축구팬이 ‘전주성’을 찾아 전북의 승리를 응원했다.

‘심판 매수’ 논란에도 여전한 전북 팬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전북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었다. 결국 2-1로 승리하며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 승리로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전북이지만 관계자들은 크게 기뻐할 수 없었다. 이들은 애써 8강 진출의 기쁨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가 이어졌다.

최강희 감독이 스카우트 C씨의 비위 행위에 책임을 지고 사실상 감독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최 감독뿐 아니라 함께 취재진을 만난 이철근 단장까지도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최악의 상황에는 사임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K리그 리딩클럽'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축구팬이 분노하는 가운데 지난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는 1만2811명의 축구팬이 모여 여전히 전북을 응원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전북의 '오늘'을 만든 주역의 퇴장?

최근 10년간 전북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두 기둥의 사실상 동반 퇴진 선언이다. 가족과 비교를 하면 마치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철근 단장은 2003년에 전북에 와 2005년부터 단장을 맡았다. 최강희 감독은 2005년부터 전북을 이끌고 있다. 최강희 감독 부임 전 전북의 위상은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과 이철근 단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빠르게 리그 최고 수준의 명문구단으로 성장했다.

2012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국가대표팀을 맡아 잠시 팀을 떠났던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전북에서만 지휘봉을 잡아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별명을 얻은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2020년까지 국내 최고 대우로 재계약했지만 뜻하지 않은 ‘심판 매수’가 발목을 잡았다.

최강희 감독은 “불행하게도 (C씨가 검찰 조사를) 다녀오고 나서 내게 이야기를 했다. 별일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고 ‘심판 매수’ 논란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분명히 나는 코칭스태프와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부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고 자신의 책임을 주장한 최 감독은 “조사를 받고 와서 한참있다 이야기를 했다. 정확한 내용도 이야기하지 않고 ‘잘 받았다. 문제 없다’고만 이야기했다.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내가 잠시 떠나있는 시기에 팀이 어려워졌다. 복귀 전 팀이 어려운 가운데 한 사람의 충성심일 수도 있다. 팀을 위한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며 구단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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